‘나는 있다!’, ‘나는 없다!’
분명 같은 종교, 같은 종단, 같은 종파이지만, 이렇듯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늘어놓던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종교에 기웃거리면서 성직자들을 포함한 종교인들이 흔히 통일 안 된 말을 하고, 남은 사이비요, 자신만은 정통임을 주장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같은 종파의 사람들끼리도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하다니.
‘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거야?’
더구나 그들은 그 뜻조차 알 수 없는 한글화된 중국어 쪼가리를 마구 섞어가면서 꽤 여러 차례 내게 외계어하듯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보니 그들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아직 소통할 준비도 안 된 화상들이 왜 이렇게 마구 떠들고 다니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인가 결국 내 인내력이 바닥이 나고 말았다.
“아! 몰라, 몰라! 이놈은 이 말이 옳다 하고, 저놈은 저 말이 옳다 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말이 옳다는 거야? 너희끼리 먼저 의견통일한 뒤에 다시 말해!”
그렇게 그들을 모두 내쫓은 뒤의 어느 날.
역시 같은 종교, 같은 종단, 같은 종파의 새로운 한 사람을 알게 되어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면서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이 화상은 더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사실, 두 말은 같은 말입니다.”
‘나는 있다’와 ‘나는 없다’가 같은 뜻의 말이라니, 한글을 모르나?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그 이유를 물어보니 “잘 모르시니까 그러시는데” 입을 열고는 또 외계어 같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설명해야하는 것 아냐? 이 화상들은 자기네 종교단체에서 남의 머리를 뒤집어놓으라는 교육만 받나?’
그러다가 문득 그 화상은 내 표정이 마땅치 않다는 듯 오히려 투정을 부렸다.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네요.”
“제 능력으로 이해하기에는 몹시 어렵군요.”
그렇게 대꾸하고는 돌아서는데,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네 종교집단에서나 쓰는 말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한다는 듯 마구 떠드는 저 화상들은 도대체 뭐야? 나도 아프리카 말 배워서 저 화상들한테 마구 써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