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만큼은 불교도로써가 아니라 평소의 나의 개똥철학을 이야기해보려고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만큼은 교리로부터 자유로운 글이기에 자칫 방종으로 보여질 지도 모릅니다. 미리 언질부터하고 쓴 글이니 걸러서 읽어주십시오.
진리, 다르마, 혹은 신의 말씀을 경전, 즉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기록할 수 있느냐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두가지정도의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로는 기록하는 자가 말한 자의 진의를 알고있느냐이고, 둘째는 그 진의를 우리가 사용하는 글로써 완벽히 기록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중 하나라도 불가능하다면 신의 말씀, 진리 혹은 다르마는 경전으로 남길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이 됩니다.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신이든, 성인이든 석가모니 부처님이든 그 분들이 설하신 말씀의 진리를 기록하는 자가 그 진의를 완벽히 알 수 있느냐는 조건입니다. 신의 사랑과 깨달은 자의 자비는 말씀들 중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말입니다. 다들 알고있다고 여기는 말씀이지요. 예를 들겠습니다. 신 또는 깨달은 이가 어떤 음식을 자기만 먹어본 후 이 음식은 참으로 맛있고 식감이 어떠하며 풍미가 어떠한 참 좋은 음식이다라고 말했다칩시다. 그 말을 들은 이는 기억을 되살려 그 말씀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맛을 알고 기록한 것일까요? 그 글을 읽는 후세의 사람들은 그 음식의 맛을 맛보지않고도 그 글만 읽고 맛을 직접 본 신이나 깨달은 이의 느낌과 똑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잠시 불교 이야기를 해보죠. 부처님 십대 제자 중 지혜제일이라 불리는 아난 존자는 부처님의 그 많은 설법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않고 외우고 다녔던 분입니다. 힌두교가 지금도 경전을 통째로 외우게하는 것처럼 당시 바라문교의 득세 하에 있던 당시 인도에서는 그런 특별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난 존자는 자신이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기억하기에 수행에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않았습니다. 부처님의 열반 후 경전을 만들기위한일차 결집에서, 말씀이 아닌 염화미소로 법을 의발전수한 마하가섭 존자는 아난 존자의 참여를 배척했습니다. 말씀을 통째로 외우는 아난 존자를요. 이유는 단 하나, 음식을 직접 먹어보진 못했더라도 적어도 보고 냄새라도 맡고 국물 맛이라도 본 사람이라야 음식 맛을 기록으로 남길 자격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아난 존자는 그 길로 쫓겨나와 수행에 매진하여 깨달음을 얻은후 친히 가섭존자의 시험을 거쳐 인정을 받은 후에야 결집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불경의 처음 도입부에 '여시아문...',즉 나는 이렇게 들었다란 말로 경전이 시작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나 말고 니가 들었으면 다르게 들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로, 완벽히 신이나 깨달은 자의 경지에 오른 자가, 아니 바로 그 신이나 깨달은 당사자가 직접 쓴다면 진리를 왼벽히 기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입니다. 언어는 인간, 불교적으론 중생들이 현 세상을 분별사량하기위해 만든 도구입니다. 분명히 같은 말인데도 듣는 놈마다 천차만별의 해석을 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양극단의 평가를합니다. 전부 자기의 상을 투영해서 바라보기때문입니다. 정작 본 것은 지 마음의 스크린에 맺힌 상을 본 것이니 보는 놈마다 다른걸 본 셈이지요. 영상조차도 그러한데 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사랑' 하나만해도 우리의 분별사량으로 플라토닉, 아가페,에로스 등으로 나뉘는데 신이나 깨달은 자의 사랑의 진의가 무언지 어떻게 표현이 가능하게습니까? 그래서 부처님은 아예 설법 도중에 사용하신 단어들에대해 명확한 정의를 곳곳에 내려두십니다. 이런 식입니다. '내가 중생이라 부르는 것은 사실은 중생이 아니나 부르기를 중생이라 부른다' 요딴 식으로 대가리 쥐나는 정의를 해두십니다.ㅎㅎ
심지어는 불교도 아니 도교의 성인이신 노자는 이러셨죠 . '도가도 비상도'
석가모니 부처님은 경의 말씀, 즉 자신의 말을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경전은 뗏목과 같아서 강을 건너면 버리고 가라' 즉, 도, 진리, 다르마에 이르는 방법을 적어놓은 수단 쯤으로 치부하신겁니다. 물론, 불교도들이 들으면 내가 너무 나갔다고 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애초에 면피를 해둔 바가 있지요. 이 글은 교리에 근거하지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개똥철학이라고...
그래서, 삼보를 비판하고도 깊은 잠을 잘겁니다. 나중에 잘못된 것임을 알게된다면 지금 이 개똥철학, 시원하게 놓아버리고 벌 좀 받지요, 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