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시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회개는 결단코 가벼운 행위가 아니고,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가장 무겁고, 무서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회개하는 행위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회개와 회개의 결과가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듣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기독교인이 신 앞에서 회개를 하는 행위는 예수의 십자가 대속 행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인간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었기 때문에,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회개는 예수의 죽음과, 예수의 핏값의 무게를 담보로 행하는 신성한 행위입니다.
장난스럽게 죄를 저지르고, 장난스럽게 회개기도를 하고, 난 이제 깨끗해~ 이렇게 가볍게 여길 행위가 아닙니다. 회개에는 반드시 예수의 희생과 핏값을 생각해야 하고, 자신이 받았어야 할 지옥형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지금 참회하고 있는 죄를 '다시는 짓지 않겠다.'라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단순히 회개기도로 끝내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회개하고, 입으로 고백하고, 행동으로 속죄해야 합니다.
예전에 면죄부 이야기를 할 때에도 설명했지만, 회개기도와 함께, 죄의 고백과 보속 행위가 행해져야 합니다.
죄의 고백은 고해성사라고 다들 들어봤을 겁니다.
고해성사는 중죄나 알고 지은 죄 등을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개신교처럼 자기 마음 속으로만 읇조리고 '죄사함 받았다'라고 자기위안 삼지 않습니다.
보속행위는 쉽게 말해서 처벌입니다.
회개는 회개대로 하고, 처벌은 처벌대로 받는 겁니다.
보속 행위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자기가 피해를 준 사람을 찾아가서 사죄를 하고, 그에 합당한 질책을 받는 것이 있고, 사회봉사가 있고, 수도승들처럼 스스로 고행하는 것이 있고, 성지순례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게 자기가 피해를 준 사람을 찾아가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는 회개와 구원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원과 관련하여 인간의 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면 로마서 3장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는 이런 일련의 회개 과정의 근거를 야고보서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회개'와는 전혀 다르지요?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가 독립하면서, 성직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게 되고, 성직자가 사라지면서 고해성사와 보속행위도 사라지게 됩니다. (가끔은 목사에게 가서 죄를 고백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렇게 죄를 책임지는 행위가 사라지면서 회개는 가볍게 변개됩니다. 마음 속으로 기도 한번 하면 끝나는데 뭘... 하고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 거지요.
또 한 가지, 일반 개신교단에서는 죄사함에 대해서 그때그때 회개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원파가 이에 반론을 펴며 들고 일어납니다.
구원파의 주장은 십자가 사건(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사건)이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죄를 한꺼번에 처분해주기 때문에, 단 한번의 참회와 개종만 있으면 과거, 현재, 미래의 죄가 다 소멸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회개기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https://sabbaton.blog.me/220015509921
'아씨, 또 죄를 지었네? 그래도 뭐, 난 죄사함 받았으니까 괜찮아~'
아주 쓰래기 같은 사고 방식이죠? 그래서 구원파는 이단으로 낙인찍힙니다. 물론 구원파도 죄를 지은 후, 회개를 하긴 합니다. 하지만 회개기도의 형식이 아니라, 자기 반성의 형식으로 참회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성 교단의 주장대로라면, 죄를 짓고 회개할 틈도 없이 사고사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들은 죄를 씻어내지 못했으니 지옥에 가게 될까요? 이런 면에서 보면 구원파의 병맛같은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예를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구원교리가 기성교단에는 없다는 겁니다.
결국, 구원파와 비슷한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한번 거듭나면 그것으로 구원의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회개해야지? 결국 죄와 회개와 구원은 근본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원화되어 회개와 구원이 둘로 분리되게 됩니다. 그러니까 기독교인들이 자칭 '신성한 보혈'을 댓가로 행해져야 할 회개를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하게 된 거죠.
역사적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와는 별개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사실이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죄와 회개행위를 십자가 보혈과 연관지어서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기독교가 욕먹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용 추가)
저는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불교의 교리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교를 욕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천주교는 까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깝니다.
이유는 개신교단과 개신교인들의 행태가 개차반이거든요.
그들의 교리가 어떠하건간에 사회에 피해를 안준다면, 전 개신교를 까지 않았을 겁니다. 많은 개신교인들이 커쇼처럼 행동으로 기독교 정신을 보여준다면 저 역시 개신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했을 겁니다.
이 게시판만 해도 괜찮은 개신교인분이 몇 분 계십니다. 그런데, 주로 나대는 사람들을 보면... 딱 사이즈가 나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