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편이라고요? 언어는 단순히 방편이 아닙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면 잘못입니다. 그때 손가락 방향에 있는 저 하늘의 달을 보라고 얘기해주면 됩니다. 방편이라는 핑계로 자신들의 지적 태만, 수행이나 계율에 대한 불성실함을 감추려 해서는 안됩니다.
불립문자를 표방하는 선불교가 실제로는 가장 많은 글을 썼죠. 언어를 대충대충 불분명하게 쓰다 보니, 말이 자꾸 길어지고 변명이 변명을 낳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불교신도들에게 고나 법, 념 등등 기초적인 불교 용어를 물어보면 대부분 정확하게 그 뜻을 모릅니다. 고가 단순히 고통이나 괴로움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게 되는 한계(오취온)을 말함을 이해 못합니다.
말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분명하게 사리에 맞게 써야 합니다. 무술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용어로 정의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단순히 우연하게 개인이 얻은 그냥 기술이라고 합니다. 진정으로 무술이 되려면 그 기술이 용어로 정립되어 말로써 설명되어져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몸으로 익혀야 하는건 동등하지만, 용어가 정립되면 그 자체가 올바른 길은 가는 이정표가 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