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치 '뚝'… 유럽 '탈모인'의 성지 된 터키
화폐 가치 하락으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는 터키에서 모발 이식 산업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의 탈모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머리를 심기 위해 터키로 향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터키는 매해 전세계에서 5~6만명의 환자들이 찾는 '탈모인들의 성지'로 불린다. 의료 시설 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한 반면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90%까지 싼 가격에 머리를 심을 수 있게 되자 탈모인들이 더 몰리고 있는 것이다. 터키 이흘라스통신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들어 모발 이식을 위해 터키를 찾은 유럽인은 예년의 두 배가량 늘어났다.
터키의 모발 이식 산업은 연 10억달러(약 1조1230억원)규모다. 이스탄불에만 350개 넘는 모발이식 클리닉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몰리자 공항 픽업부터 호텔 숙박까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등 손님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리라화 가치가 최근 4개월 동안 급락하면서 유럽인들이 느끼는 모발 이식 비용은 더 싸졌다. 지난 4월에는 터키에서 3500~4000모를 이식하는 데 2000유로(약 261만원)가 들었던 것이 현재는 1300유로(약 170만원)로 35%가량 낮아졌다. 9000~1만유로(약 1180~1300만원)가 드는 유럽 지역과 비교하면 거의 90% 싼 가격이다.
다만 제대로된 의료기관을 찾지 않을 경우 두피에 영구적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의사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게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BBC는 전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은 유럽 여행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터키관광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터키를 방문한 여행객은 약 19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했다. 2016년 군부 쿠데타 등으로 관광객이 줄었던 터키가 2년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터키여행사협회는 올해 터키 관광이 각종 기록들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 협회는 올해 전체로는 4000만명 이상이 방문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관광수입도 320억달러(약 36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죽은 사람은 살려도 죽은 모공은 못살리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