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각해보니까 반윤리적 종교인들에게 합리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무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좀 더 단순화 시켜서 논거를 하자면..
인간에겐 나름의 가치관과 사고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관과 사고관은 나름의 '지식'을 기반으로 펼쳐집니다
지식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기에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그 지식이 언제나 사실보단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보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큽니다
왜냐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언제나 결과론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삶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으로서의 사실들은 미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며
미래를 예측하는 이는 없습니다
오로지 유력한 전망만이 가능할 따름인게 인간 역량의 한계이니 말이죠
이런 인간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삶에 '사실'만이 중요한걸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인간이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통해서도 그 유력한 전망이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향성과 내용을 갖춘다면
이는 꽤나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방향성과 내용이 기술되려면 논리적으로 '정합성'을 갖춰야 합니다
즉 모순을 허용하지 않아서 논거의 앞뒤가 들어맞는 질적 구성을 이룬 내용이어야 하지요
그러면서 사실의 확인은 자신들의 소임이 아니며
오로지 삶의 유익을 자신과 타인이 같이 공유하는 방향성을 확보하는데
자신들의 소임이 자리잡고 있어야 그것이 "종교에게 허락된 병존적인 위치"가 됩니다
그래서 좋은 종교인이란 자신들의 교리가 혼자서는 그게 사실이라 믿을지언정
타인에게 내세울만한 사실임은 내세우지 않으나
사실이 아닐지언정 자신의 교리에 저러한 유익이 담겨있으리라
인도하는 정합적 내용을 현실의 삶에 연결지어 담을 수 있을 때
'좋은 종교인'이라고 불리우는게 가능할 따름이죠
좋은 스님들이나 좋은 목사님들이 이걸 합니다
그렇다면야 구태여 사실인지 아닌지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수용된 지식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에 역행하여 마치 확인된 사실을 저홀로 알고 있는 것있냥,
거기에 취하고 중독되어 신과 동격인 '신격'을 앞세우려는 그 교만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는 고사하고 종교인들은 어찌 대해야 하겠습니까?
난 그들을 일컬어 과감히 "븅신"이라고 지칭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육체적인 것을 의도하지 않음으로
아무런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으며 상당히 순수한 표현이라고도 봅니다
심지어 그들의 교리에서조차 가장 죄악시하는 '교만'을 자행하는데
그걸 최소한의 비난도 없이 방치한다면 그 또한 내 자신의 "정신적 게으름"
이자 '방관'이거나 어쩌면 '방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