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교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만
동양 철학에 대해 잡다한 지푸라기 같은 지식들을 읽다가
나름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한텐 놀랍지만 불교나 동양철학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만한
싯다르타의 無我무아 이론입니다.
인도의 브라만교, 지금의 힌두교에서 주장하는 윤회는 다들 아실테고
우리는 불교가 당연히 윤회를 바탕으로 한 종교라 알고 있었는데
막상 불교의 창시자는 윤회를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자아(atman)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 이론은
윤회를 송두리째 부정하지 않습니까?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싯다르타의 이 발언은 아주 멋지다고 봅니다.
“그대들이 영원불멸의 자아라고 주장해 왔던 것은 오직 상상의 소산일 뿐이며,
그러한 상상은 존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그대들은 마치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공주에게 반한 바람둥이와도 같다.”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제가 싯다르타의 발언을 인용하는 이유는
싯다르타가 윤회를 부정해도,
현세의 불제자 중에서 윤회를 부정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세는 ‘네가 내게 돌로 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 (개역한글 출20:25)‘라며
신전건축을 말렸지만 모세의 신앙을 이어받았다는 유일신 신앙을 가진 자들 중에서
신전 건축을 반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모세의 여호와 신앙의 핵심 중 하나는 신전을 아예 짓지 않는 것입니다.
출애굽기 20장 25절, 신명기 27장 5절과 6절,
여호수아 8장 31절에 분명 강조되어 있는데,
이집트에서 수많은 신전 건축에 동원된 히브리들의 노고를 덜어주려는
모세의 인본주의 정신이 담겨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은 신전을 지어 신권을 독점하고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자
그토록 신전 짓기를 원합니다.
다듬은 돌로 단을 쌓지 말라는 가르침이 어째서 신전 건축을 반대하는 게 되냐?
종교적 건물을 세우는데 다듬지 않은 돌로 세우는 게 가능합니까?
정으로 돌을 쪼지 않고 신전을 세우는 게 가능합니까?
이 구절은 종교 행위를 한답시고 자연을 파괴하고 백성들 재산 착취하고
노동력 동원해서 신전을 짓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다윗이 신전을 지으려 했으나
여호와의 말씀에 의해 단념한 스토리를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후세의 필경사들이 다윗 시대에 신전을 짓지 못한 핑계를 저술한 것에 불과하며,
다윗이 신전을 지으려다 실패한 이유는
그 당시까지 모세의 가르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여론을 거스르기 어려워서였습니다.
작사작곡에 능한 다윗은 시편 132편을 지어 퍼뜨려 여론을 오도하여
아들 솔로몬에 이르러서는 신전 건축에 성공하게 됩니다.
시편 132편 14절 ‘이는 나의 영원히 쉴 곳이라 내가 여기 거할 것은 이를 원하였음이로다’라고
신이 직접 '신전에 살고 싶으니 신전을 지으라' 말한 듯 여론을 조작합니다.
신전을 크게 짓는 것은, 그 신전이 유일신의 신전이라 하더라도
신을 모독하는 행위이며,
신전을 크게 지은 모든 종교가 부패한 역사로 보아서도 알 수 있듯,
신전 건축 자체가 죄악입니다.
신전을 아예 짓지 말라, 굳이 제단을 쌓고 싶다면 자연 상태 그대로 하라,
이게 모세의 가르침이며 현재 모세가 세운 종교에서 파생된
모든 유일신 신앙이 개무시하는 모세의 진정한 가르침입니다.
자기 종교의 창시자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건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