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면 작품을 알든 모르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는 대사일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원작 속 명대사뿐만 아니라, 뮤지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통해 작품의 이야기와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작품 속 어떤 대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로 꼽았을까.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배우들이 직접 명대사를 뽑고 그 이유를 전해왔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역시 ‘스칼렛’으로서 이 대사를 꼽을 수밖에 없다. 생각지도 못한 세상의 변화, 갑자기 맞닥뜨리는 삶의 혼란, 불행 속에서도 희망과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긍정적인 마음을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태양을 희망의 예시로 표현한 스칼렛에게서 성숙미가 느껴진다. (스칼렛 오하라 바다)
철없는 소녀 모두 부러워해. 다들 배 아파해.
겉만 보고 쉽게 날 생각하지만 난 외로워.
부유한 타라 농장의 장녀이고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내면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스칼렛을 대변하는 가사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듯, 스칼렛의 화려한 겉모습과 대조되는 내면의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그래서 매번 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후에 ‘내 집으로’나, ‘맹세’같이 전쟁 속에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스칼렛과 비교하면 성장한 스칼렛이 느껴진다. (스칼렛 오하라 서현)
그 누구도 나보다는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사랑했어.
사랑하는 딸이 죽고, 스칼렛과의 사랑마저 엇갈리면서 떠날 결심을 하는 노래, ‘사랑했어’ 중 레트 버틀러의 가사다. 레트 버틀러는 오직 한 여인, 스칼렛 오하라에게만 순정을 바친 캐릭터다. 스칼렛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길 기다렸지만, 끝내 어긋나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특히 과거형이 되어버린 레트 버틀러의 ‘사랑했어’ 와 뒤늦게 자신의 사랑을 깨달은 스칼렛의 ‘사랑해요’의 미묘한 대조를 주의 깊게 봐달라. (레트 버틀러 주진모)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
버틀러라는 인물을 제일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해서 뽑았다. 운명을 걸 정도로 사랑한 여인에게서 돌아설 때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툭 던지 듯는 그 말에서 담긴 버틀러의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면 좋겠다. 미국에서 이 대사는 영화 속 최고 명대사 1위에 꼽힐 정도로 사랑 받는 대사이기도 하다. (레트 버틀러 김법래)
그녀는 하늘로. 난 갈 수 없는 곳. 죽지 못해 살아.
자신의 옆을 늘 지켜주던 멜라니가 떠났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애슐리의 슬픔이 폭발하는 넘버 ‘죽었어’의 가사다. 애슐리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넘버인데, 특히 “죽지 못해 살아”라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 멜라니 없이 혼자만 살아있다는 것에 많이 괴로워하고, 비참해하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슐리 윌크스 정상윤)
우린 같은 길 가지만 왜 길이 없다 느낄까.
우린 모두 다른 존재. 나는 그저 나.
애슐리와 스칼렛의 스캔들을 세간의 눈으로 보면 멜라니가 가장 상처 입은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멜라니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 때문에 스칼렛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포용한다. 멜라니와 스칼렛이 함께 부르는 ‘당신들이 뭘 알아’를 부를 때면 멜라니의 그 넓고 깊은 마음이 떠올라 마음이 저절로 먹먹해진다. (멜라니 해밀턴 유리아)
폭풍 같은 우리 삶. 실패와 좌절은 필수.
관객들이 많이 사랑하는 노예장 넘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칼렛과 멜라니가 함께 부르는 ‘당신들이 뭘 알아’에 나오는 가사를 명대사로 선정하고 싶다. 가사처럼 나의 삶도, 우리의 삶도 언제나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필수인 것 같아 많이 공감된다. (노예장 박송권)
절대 절대 그 누구도 내 좌절을 볼 순 없어.
전쟁도 내 일은 아냐. 난 그저 내 길 갈 테니.
이 세상 어떤 남자도 여자의 눈물은 몰라.
애틀랜타에서 타라로 떠날 결심을 한 스칼렛이 부르는 ‘내 집으로’의 넘버 가사다. 원작이 발표되었던 옛날이나 지금이나 불변의 법칙, 여자의 심리를 헤아릴 수 있다면 세상 모든 남자들은 평화롭게 될 텐데... 남자들의 전쟁 속에서 여자의 마음을 담아낸 넘버라고 생각한다. (마마 정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