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 그러니까 악틱 멍키즈같은 밴드를 들으면서 느낀 건데, 이건 락은 락인데 장르로서의 팝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퓰러한 의미로서 팝의 테두리 안에서의 락이구나. 그러니까 90년대만 해도 락을 듣는다는 행위나 락 음악이라는 게 어떤 특별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제가 들어봐도 그렇고 요즘에는 평범한 소년 소녀들이 락 음악 들으면서 책도 읽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BGM으로도 깔고 그런 시대인 거 같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표절도 제대로 못하는 그룹 노래도 잘 되니까. 우리나라만 한정하면 절대적으로 후진 음악들도 대중적으로 먹힐 수 있는 시대가 맞는 거 같아요.
신해철 : 그런데 소녀시대는 괜찮단 말이야.....
강명석 : 아, 괜찮아요. 그 곡 은근히 잘 만들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맞춘 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신해철 : 그들에게 맞춤 제작된 곡도 괜찮았는데... 걔네들 춤 추는 거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아니 걔네는 저기 춤추는 게... 저 북한 인민군 제식.. 그거 보는 줄 알았어. 좀 무서울 정도로.
강명석 : 으하하. 완전히 도는 게 군무잖아요. 딱 도는 게, 그거 보고 쟤네 된다 그랬거든요.
신해철 : 무슨 기예단 수준이잖아요. 그래가지고 한 편으로는 쟤네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는 와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강명석 : 약간 무섭더라구요.
신해철 : 그러면서... 야 모닝구무스메보다 훨씬 낫잖아 이런 생각도 들면서 하하. 아 우리나라 아이돌계는 나름대로 발전을 해나가는 중이에요.
강명석 : 아이돌계는 옛날로 따지면 춤 잘하고 노래 잘하는 예인들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거 같아요. 거기에 뭘 담느냐는 문제가 되겠지만...
신해철 : 현대판 예인 양성소랄까?
강명석 : 예. 그게 무슨 동네 광대가 아니라 거의 장인 수준을 만들어내려고 하니까...
신해철 : 그렇죠. 그 정도 수준이면 된거지.
강명석 : 그래서 소녀시대 보면서 약간 싸늘한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신해철 : 그게 애니메이션도 도에이 프러덕션 같은 명가에서 대작주의 극장 작품들을 만들고, 나중에 뛰어든 도호 프러덕션에서 특촬물 만들고.. 이런 식의 족보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나는 이제 사람들이 좀 돈수만 개수만 그만하고 인정해야 하는 게 SM은 아이돌의 명가고, 나오는 아이돌 보면 때깔이 반딱반딱 닦아서 나오는 거 같고. 소녀시대는 너무 닦아놔서 겁나더라.
강명석 : 하나하나 보면 요즘 귀여운 애들을 모아놓은 거 같은데, 걔들이 모여가지고 하니까 이게.. 무섭더라구요.
신해철 : 어떻게 팔하고 다리하고 각도가 1mm도 안틀려?
강명석 : 그게 한 바퀴 도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45도 각도로 잡아주는데, 그게 똑같이 돌아줘야 잡아줄 수 있는데 정말 똑같이 돌더라구요. 오히려 각자 솔로 출 때는 멤버들 편차가 보이는데 군무 출때는 이게 너무 정확하게 맞더라구요.
신해철 : 맞아. 걔넨 그게 멋있더라.
강명석 : 그럼 대체 군무를 얼마나 돌렸으면 저 나이에 저게 가능해...
신해철 : 으하하. 무슨 진기명기 시간에 나가야할 거 같아.
강명석 : 그러니까 재밌는 게 한국은 아이돌계에서 해외 락계보 만들듯이 계보 만들어지더라구요. 그룹에서 시작해서 솔로로 나가고 다시 뭉치고...
요약정리
‘단 1mm의 오차도 없이’ 춘다는데 있다. 게다가 ‘다시만난 세계’는 똑같이 그 춤을 출 뿐만 아니라 솔로 파트에 따라 쉴 새 없이 진형을 바꾸면서, 그것도 계속 스타일이 달라지는 춤을 소화해야 한다.
마지막 후렴구 부분에서 소녀시대는 좌우로 갈라졌다가 다시 모이고, 멤버들이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며, 그 사이에 9명이 오차 없는 턴, 몸을 훑는 웨이브, 발차기,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보여주는 소녀스러운 몸짓 등 스타일이 전혀 다른 안무를 한꺼번에 소화한다.
그들이 아무리 무대 바깥에서 팬들을 기쁘게 만드는 개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해도, 소녀시대가 다리 굵기까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멤버들이 고른 몸매와 예쁜 외모와 완벽한 군무를 보여주는 한 그들은 팬들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느낌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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