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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30 02:02
[맛집] 낙동강 재첩국에 대한 추억
 글쓴이 : sangun92
조회 : 2,935  

나에게는 낙동강 재첩국에 대한 추억이 있다. 

  

1987년.

회사의 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에 문제가 발생했다.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오더. 


부품의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부터 시작하여, 공정을 쭉 따라가며 현상과 문제점을 파악하던 중, 

타발 및 프레스 성형 공정을 담당한 업체 (부산 사상구 소재)를 방문하여 공정 조사를 했다. 

시간이 흘러, 점심 시간. 

업체 사장이 점심을 먹으러 가잔다. 


사장 차를 타고 모르는 길을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강변 둑 옆에 위치한 허름한 초가집에서 내리잔다. (아마도 낙동강변으로 추정)

제법 넓은 마당에는 평상이 있고

진흙 담벽에는 화덕을 쌓아 올리고, 큰 가마솥 세개가 걸려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밥과 국을 끓이던 가마솥이었던 듯)  

  

업체 사장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방에 놓인 상 중의 하나에 앉더니

"여기 두 그릇"하고는 주문 끝. (메뉴가 달랑 하나였던 듯)

  

잠시 후에,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깍두기 하나가 나왔다.

난생 처음 보는 국.

멀건 국물에 부추 썰은 것 조금, 그리고 바닥에는 고양이 발톱만한 크기의 덩어리들이 들어있다.

먹어보란다.

이게 뭐야 싶은 생각에 한 숟가락 떠 보았는데,

어마나, 이게 웬 일?

참으로 이렇게 시원한 맛이 또 있을까 싶었다.

퍼먹다가, 밥말아 먹다가.

배터지게 먹었다.

  

물어보니 "재첩국"이란다.

강원도 촌놈에게는 낯선 이름.

재첩이란 것도 처음 보고 들어봤고.  

  

그리고 두어달 후에는 사직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 이후에 그 맛을 잊지 못해 몇 군데 식당에서 재첩국을 시켜봤지만 

낙동강변에서 먹었던 그 맛을 다시 맛보지는 못했다. 

  

재작년에 어쩌다 생각이 나서 이리저리 검색해봤고

부산의 할매재첩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봤다.

전화를 받은 중년의 여성분에게 내 사연을 이야기하고 혹시나 싶어 불어봤더니

그 식당이 할매재첩국(원조삼락할매재첩국)이 맞단다.

  

혹시나 찾아가면, 옛날의 그 맛을 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옛날의 그 맛은 나지 않을 것이란다.

1980년대에는 낙동강물이 그나마 깨끗해서,

낙동강에서 잡은 재첩들도 상태가 좋아 맛이 괜찮았는데

이제는 똥물이라 낙동강 하구에서는 재첩을 잡아 쓸 수 없고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는 재첩인데, 옛날의 그 맛이 아니란다.

그나마 섬진강 쪽에서는 재첩을 잡아서 끓이는 것이 제법 맛이 나지만

수확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역시 많은 부분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단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통화 끝.  

  

  

혹시, 제대로 된 재첩국, 추억의 그 맛을 다시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해 주실 분?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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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 20-01-30 05:22
   
원래 재첩은 섬진강 줄기에서 잡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로 좋습니다.
똑 같이 요리해도 ... 씨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
하동이나 가서 먹어야 겨우 제맛을 낼 것 같네요.
부산 쪽에서 재료 공급하던 곳도 이곳입니다.

화개장터의 목포집이 그나마 비슷한 맛을 내지 않을까 하네요.
     
sangun92 20-01-30 08:03
   
제가 검색해본 곳 중에 "무량원 식당"이라는 곳이 있던데 혹시 아시나요?
여기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언젠가 한번 내려가볼까 생각중인데 (수원시 인근 거주)
먼 거리를 내려가서, 그저 그런 재첩국을 먹기는 좀 그러니...
     
아잉없나 20-01-30 09:26
   
부산 을숙도 하단 이쪽에서도 재첩이 엄청 많이 나왔어요 .
섬진강 쪽에도 많이 나는건 사실이지만

부산 낙동강에서도 어마무시하게 재첩이 많이 생산됬죠 .
부산쪽도 재첩 엄청맛있음 . 하동께 더 맛없던데 ......
     
팬더롤링어… 20-01-30 13:59
   
재첩국은 원래 부산 재첩국이 유명했었습니다,,,낙동강 하구 다막고 개판 되면서 지금은 섬진강 재첩이 최고가 됐지만요.,.
사커좀비 20-01-30 12:07
   
섬진강, 낙동강도 많았지만...
금강쪽도 엄청 많았었죠...
금강상류인 미호천에는 갈퀴로 긁어서 채취할 정도로 개체가 무궁무진했었죠..
언젠가부터 보가 생기고 오염이 되면서 지금은 모두 멸종되었답니다..
파란사탕 20-01-30 14:09
   
그래도 부산 내려가면 삼락동 할매채접국 한번 가보세요. 옛날맛은 아니더래도 그래도 먹을만 합니다.  저도  몇달전 장모님 데리고 먹으로 갔었는데 의외로 장모님이 잘드시고 다비우시더라고요. 덕분에 와이프한테 점수 땄어요.
     
sangun92 20-01-30 17:54
   
제가 전화통화했던 곳이 삼락할매재첩국이었고
그 곳이 제가 87년에 먹었던 그 식당이 맞았으며
그 곳의 스탭이 말하기를 내가 87년에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음.
헤헤헤헤헷 20-01-30 14:23
   
어릴때 동네 어딘가에서 가끔 들려오던 아줌마의 목소리
"재첩국 사이소~."
존버 20-01-30 18:52
   
섬진강쪽도 거의 중국산
     
sangun92 20-01-30 21:49
   
섬진강 쪽 (하동)에서 정말로 맛있게 하는 집이 있으면
멀다 하더라도 한번 내려가서 맛보고 오고 싶은데
섬진강 쪽도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말이 돌더군요.
그래서 내려가지 못하고...

검색을 해보니 인터넷 판매를 하겠다는 용자가 있던데
그것 역시 섬진강 오리지날 재첩이 아니라 중국산이 아닐까 싶은 의혹이 들어서...
섬진강 오리지날 재첩이라면, 현지에서 소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할텐데.

정말로 제대로 하는 집이 있다면
왕복 교통비가 10만원 넘게 들더라도 갔다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크레모아 20-01-30 22:39
   
1팩씩 포장된 재첩국도 맛은 있던데...
나는 어릴 때 먹은 시원한 홍합탕을 못 잊겠던데
지금은 거의 진주담치라고 불리우는 수입산이라서 맛과 크기가 떨어짐.
ibetrayou7 20-01-31 01:07
   
이때는 차나 사람이 재첩국 가지고 다니면서 팔았습니다.
과음하신 아버지 담날 아침은 재첩팔러 다니는 사람 기다리는 날이었죠.
지금은 재첩이 예전보다 못하고
부산 떠난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재첩 복국이 많이 아쉽네요.
풀어헤치기 20-01-31 01:35
   
부산 살 때...( 당시 대연동 )....
새벽? 아침? 이면...
" 재첩국 사이소~" 하는 소리가....
담 넘어 들어오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엔 " 고래고↗기 사이소~"
풀어헤치기 20-01-31 01:37
   
그런데....본문글을 다 읽고나니까....
동요가 한 곡 떠오르네요.

" 엄마아야~ 누우나야~ 강~변 사알자~ "
타호마a 20-01-31 02:44
   
재첩국 사이소 .. 재첩 ... 양은 접시 한바가지에
500원 ...콩나물 1키로에 300원 두부 한모 200원시절..?
부산 장림살때 새벽마다 .. 심부름 갔던 기억이 ... ㅠㅠ
구름을닮아 20-02-03 11:57
   
아침마다  재첩국  팔던  아줌마들이  골목골목  누볐죠.
'재치꾹  사이소~~ 재치꾹...'
정구지  몇점  썰어  넣은  것  밖에  없는데도  참  국물이  시원하고  달았습니다.
서실 20-02-06 10:47
   
하동 신방촌도 괜찮은데....몇 집이 모여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재첩회가 갑자기 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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