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아 계실때 요양차 황간에 가셨습니다.
머리털 나고 첨 간 곳이었고 전형적인 지방 읍네 분위기였습니다.
아버지 모셔다 드리고 형제들끼리 뭐 먹을 게 없나 하고 보는데 진짜 구미가 당기는게 없었는데
황간역 근처에 올뱅이 집이 많았습니다.
올뱅이? 올갱이? 다슬기?
슬쩍 보아하니 푸르팅팅한 올갱이 속살이 미리 까놓은 대야에서 번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으으...
전 뭐든 잘 먹긴 하는데 유일하게 조개류나 다슬기 같은 건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먹을 게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이 집 저 집 올뱅이 집이 많긴 하는데 역시 맛집 눈치밥 40년 경력에
눈치를 보니 여기 안성식당이 소위 원조집 같더군요.
그래서 형제들 끌고 들어갔습니다.
시골인데 가격이 싼 맛이 없습니다.
헐... 비싸네요. 한마디 던졌더니 주인 아줌니 올뱅이 까는 고통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셨다.
진짜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 같아서 엄지 척 해드리고
형들은 국밥, 저는 비빔밥을 시켰습니다.
한술 국물 뜨는데....캬
지친 몸에 확 생기가 도는 매콤 시원한 맛이 정말 좋더군요.
청양고추 으깨놓은 것 넣고 올뱅이 떠서 먹는데 정말 굿굿굿.
올뱅이의 신선도가 도시에서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올뱅이 비빔밥도 식감과 맛 모두 훌륭합니다.
비빔밥에도 올뱅이 국이 같이 나옵니다. 다채롭게 먹고 싶은 분은
천원 더 비싼 비빔밥 드시는게 좋습니다.
그 뒤로도 황간에 가면 꼭 한그릇씩 원샷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못 가봤지만 또 가보고 싶네요.
혹시 지방가시다 근처에 일 있으면 들를만합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