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백짬뽕이 먹고팠습니다.
그런저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는 백짬뽕.
백짬뽕을 처음으로 접한 곳은 부천의 태원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보니 수요미식회가 나왔고, 태원의 백짬뽕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는 중이었습니다.
늘 새빨간 짬뽕만 먹었던 터라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서울에 갈 기회가 생긴 김에, 옆으로 새서 부천의 태원으로 갔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들어가 먹었는데
바로 이것이다 싶었습니다.
짜장면을 난생 처음 먹었을 때보다, 빨간 짬뽕을 처음 먹었을 때보다 더 큰 임팩트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시원 칼칼 깔끔한 맛이라니.
시일이 좀 지난 후에 백짬뽕이 생각나서,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태원이 보이지 않더군요.
주방을 책임지신 분이 워낙 고령이라더니, 드디어 탈이 났나 싶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여러번 백짬뽕을 먹어봤지만
돼지 육수인터라 고소하기는 하지만 시원한 맛은 없고...
모자란 솜씨를 가리기 위해 짜게 만들거나,
아니면 버터 잼을 왕창 넣어서 고소하기는 하지만 느끼해지고.
오늘 따라 백짬뽕 생각이 간절한지라 폭풍 검색을 해봤습니다.
인천 배다리 근처에 있는 문화반점이 괜찮아보이더군요.
해물 육수로 보이고.
문화반점으로의 원정을 강행했습니다.
버스, 전철, 전철 환승, 도원역에서 하차. (편도가 거의 3시간)
도원역에서 문화반점으로 가는 길은 기찻길 옆의 오래된 길이었는데
오래된 집들, 담쟁이 넝쿨로 뒤덮힌 담벼락, 군데군데 놓여진 의자와 그네 의자,
벽을 장식한 장식물들과 각종 조형물들.
그리고 양조장, 이발소, 오래된 서점들 등.
옛날 감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참으로 좋아할 만한 길이었습니다.
어쨋든, 제발 힘들게 찾아간 보람이 있기를 바라며,열심히 걸어감.
문화반점에 도착하여 백짬뽕을 주문.
수저를 준비하는데, 정말로 오랫만에 보는 네모난 플라스틱 젓가락.
잠시 후 내 앞에 놓여진 백짬뽕.
일단 양은 정말로 푸짐.
야채와 홍합과 오징어와 면이 그릇에서 넘쳐날 지경.
일단 홍합은 전부 보조 접시로 뺐습니다.
전부 18개, 그 중 1/3 이상은 빈 껍질, 바닥에 떨어진 살을 감안해도 1/3은 빈 껍데기.
아마도 의도적으로 빈 껍질을 넣은 것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
(그런데 정작 국물에서 홍합 맛은 별로 느껴지지가 않...)
그리고 국물.
아뿔싸.
맛이 나쁘지 않고, 시원하기는 한데
짬뽕 국물로서 필수 요소인 칼칼함이 아예 없음.
빨간 짬뽕이든 백짬뽕이든, 짬뽕이라면 칼칼한 맛을 기대하고 먹는데
칼칼한 맛이 아예 느껴지지 않음.
나중에 주방을 책임진 분이 홀로 나와 계시기에
이곳 백짬뽕의 칼칼함이 평소에도 이 정도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함.
이 정도의 칼칼함이라면, 백짬뽕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해물탕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지...
일단 나쁘지 않은 맛이기에 깨끗하게 비우기는 했음.
가격은 6,000 원.
이 가게가 집 근처에 있다면 어쩌다 한번씩 들려서 먹을만한 곳이지만
일부러 3시간을 들여 먼 곳에서 찾아갈 만한 집은 전혀 아닌 곳.
(결론)
문화반점 백짬뽕이 나쁘지는 않으나, 오늘 내가 들인 노력이 많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