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다" 가계 '여윳돈' 14% 감소…고금리·고물가에 소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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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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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금리·고물가에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 2·2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최대 폭으로 줄었다. 쓸 돈이 줄어들다 보니 내수소비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여윳돈' 14% 감소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8%(18만3000원) 감소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비(非)이자지출을 차감한 처분가능소득에 소비지출까지 뺀 금액이다. 즉, 가계가 번 돈에서 세금·연금 보험료·이자 등을 내고 식료품 등을 산 뒤에 남은 여윳돈을 뜻한다.

2·4분기 가계 흑자액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소득이 줄었던 2021년 2분기(-13.7%)보다도 높은 감소율이다.

가계 흑자액은 작년 3·4분기부터 4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감소 폭은 작년 4·4분기 -2.3%에서 올해 1·4분기 -12.1% 등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씀씀이 줄이는데 지출은 늘어

흑자액 감소의 배경에는 이자 비용 급증이 꼽힌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2·4분기 7.1%에서 3·4분기 19.9%, 4·4분기 28.9% 등으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올해 1·4분기에는 42.8%로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었다. 지난 2·4분기에는 42.4% 늘었다.

이자 비용 급증으로 지난 2·4분기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11만2000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폭의 감소율이다.

고물가 지속도 가계의 여윳돈을 줄이고 있다. 2·4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월평균 269만1000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2.7%(7만1000원) 늘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 지출은 0.5% 줄었다. 가계가 실제 씀씀이를 줄였지만,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살림을 위해 지출한 돈은 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살림의 원천이 되는 소득은 지난 2·4분기 월평균 479만3000원으로 0.8%(3만8000원) 감소했다.

하반기 소비 찬바람

내수소비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8월 기준 102.6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8.2와 비교하면 5.2%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화했던 지난 2020년 3월(-7.1%)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시사하면서 국내에서도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상승세를 탄 물가도 내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소비는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때문에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나 있고,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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