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검토 못해" 싱겁게 끝난 세메스 반도체 영업비밀 유출 첫 공판

내달 21일 2차 공판 진행 예정

이상우 승인 2024.02.22 15:20 | 최종 수정 2024.02.22 15:58 의견 0

수원지법 청사.@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 한 일당에 대한 첫 공판이 별다른 공방 없이 마무리됐다.

세메스는 2016년 설립된 반도체 장비 제조사다. 삼성전자가 지분 91.5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344억여원, 영업이익은 570억여원이다. 세정 장비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정밀하게 없앤다. 1대당 가격이 50억원에 달한다.

수원지법 형사12단독 하상제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을 22일 열었다. 피고인은 세메스 협력사 A 사 실운영자인 남 모 씨를 비롯해 모두 9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남 씨는 전직 세메스 연구원 B 씨 친형이다. B 씨는 A 사를 세운 뒤 세메스 설계 자료를 유출, 사용해 반도체 세정 장비를 만들었다. 그는 반도체 세정 장비 710억원어치를 중국 기업 C 사에 불법 수출하다가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C 사는 중국 반도체 세정 장비 4대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기술 유출 이슈 때문에 미국의 잠정적 수출 통제 대상 기업에 지정되기도 했다.

검찰에 의하면 남 씨는 B 씨가 2022년 5월 구속되자 A 사를 대신 운영했다. 그는 세메스 설계 자료에 기반한 반도체 세정 장비를 재차 C 사에 불법 수출해 대금 34억원을 얻었다. 남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추가 수출을 위해 21억원 상당의 반도체 세정 장비를 인천항으로 옮기다가 적발되기까지 했다.

피고인들은 반도체 세정 장비 부품을 8번에 걸쳐 C 사에 나눠 판 후 중국에 있는 C 사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 제작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8월 기술 유출 제보를 받은 검찰이 A 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쪼개기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수조원 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메스가 반도체 세정 장비를 개발하는 데 투자한 2188억원, 기술 유출로 인한 세메스 기술력 저하와 삼성전자 반도체 수주 감소 예상분을 고려한 수치다.

1차 공판 때 피고인 9명 중 남 씨를 포함한 7명이 공소 사실(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 범죄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건 기록 검토를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2명은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사건 기록을 충분히 살핀 이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로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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