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현실 안주의 늪에 빠진 한화

어려운 혁신보다 손쉬운 사업 택하고 뚜렷한 성과 없는 오너 일가에 보상 부여

이상우 승인 2024.02.28 05:00 의견 0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한화갤러리아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한화그룹 72년 역사를 보면 'Ohne Hast, aber ohne Rast(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 않고)'란 독일 대문호 괴테의 시구가 떠오릅니다. 상위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처럼 여론이 놀랄 만한 사업을 해낸 경험은 적지만 꾸준히 성장한 끝에 방산, 에너지, 금융, 유통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서죠.

그런데 최근엔 한화그룹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듯합니다. 착실함보다는 타성에 젖은 게으름이 느껴져서죠.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프랜차이즈 햄버거 사업에 열중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입니다.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선 햄버거 사업이 할 만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추진하는데 웬 시비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기업이면 지켜야 할 품위가 있죠. 몇몇 대기업 총수 일가 딸들이 고급 빵집을 운영하다가 골목 상권 침해라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는데 햄버거 사업이 그것과 뭐가 그리 다릅니까. 둘 다 혁신에 골치를 썩이기보다 손쉽게 돈을 벌려는 나태함에 불과합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역시 태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꼼수 승계 의혹이 제기된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부여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죠. 한화그룹은 RSU와 승계는 무관하다며 언성을 높이지만 그렇다 한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닙니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이 뚜렷한 성과 없이 RSU를 챙긴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모두 내로라하는 미국 명문 대학을 나온 엘리트입니다. 하지만 경영자에겐 우수한 두뇌 이상으로 중요한 역량이 있습니다. 편하게 자기 몫을 얻기보다 어렵고 힘들어도 근본적인 회사 발전을 이뤄내려는 의지입니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해 버린 세 사람이 갖추지 못한 자질이죠.

40년 넘게 한화그룹을 지휘하면서 회사 자산을 300배나 키운 김승연 회장의 나이가 어느덧 올해 일흔둘입니다. 총수 교체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거죠. 안타깝게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은 경영자가 되기엔 함량 미달임을 드러냈습니다. '김승연 이후'를 맞이할 한화그룹의 장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