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家 분쟁 격화… "모친·장남 물리적 충돌 있었다"

재판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 전 가처분 결론 예정

이상우 승인 2024.03.07 05:00 | 최종 수정 2024.03.07 06:57 의견 0

한미약품 사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한미약품그룹 회장인 어머니와 한미약품 사장을 맡고 있는 아들이 대리인을 통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 부딪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미약품그룹은 1973년 고(故) 임성기 창업주가 설립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온라인팜, 제이브이엠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한미사이언스 매출액은 1조2480억여원, 영업이익은 1250억여원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2차 심문기일을 지난 6일 열었다. 채권자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다. 채무자는 한미사이언스다.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도 채무자 측 보조참가인으로 심문에 참여했다.

민사집행법상 가처분 신청자가 채권자, 상대방이 채무자다. 가처분은 법원에 어떤 행위를 임시로 요구하는 제도다. 보조참가인은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제삼자를 뜻한다.

임성기 창업주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2남 1녀를 뒀다. 첫째 임종윤 사장(52·남), 둘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50·여), 셋째 임종훈 사장(47·남)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는 지난 1월 17일 가처분 신청을 했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모녀가 주도하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하려는 취지다.

OCI그룹은 1959년 설립된 국내 대표 화학 기업이다. 태양광에 이어 제약·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논의 끝에 통합안을 완성했다.

통합안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통한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취득,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의 OCI홀딩스 지분 확보, 공동 이사회 구성, 이우현 회장·임주현 사장 각자 대표 체제 등으로 구성됐다.

임종윤 사장은 임성기 창업주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2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송영숙 회장과의 불화설도 흘러나왔다.

지난해 7월 송영숙 회장은 임주현 사장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임명해 후계자를 사실상 바꿨다. 임종훈 사장은 송영숙 회장과 원만한 사이로 알려졌지만 경영권 분쟁에선 임종윤 사장 편에 섰다.

2차 심문 때 채권자 측은 작심한 듯 공세를 펼쳤다. 채권자 측 대리인은 "임성기 창업주가 별세하기 전에는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였다. 반면 송영숙 회장은 미술관장으로 활동했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송영숙 회장 스스로 작가라고 불러달라 할 정도였다"고 했다.

채권자 측 대리인은 "2020년 8월 임성기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송영숙 회장이 2대 회장직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며 "임종윤 사장은 반대 의사를 전했지만 어머니의 강한 주장을 거스르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어 "송영숙 회장은 임종윤 사장을 경영에서 배제했다. 임종윤 사장은 모친과 다투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워 결국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를 내놨다"며 "갈등이 지속되면서 인위적,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고 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에게 OCI그룹과의 통합을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채권자 측 대리인이 부담을 각오하고 모자간 대립을 구체적으로 밝힌 이유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배 구조를 장악하고자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하는 건 기존 주주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채권자 측 대리인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해야 할 경영상 목적이 없다고 했다. 연구·개발 자금 마련, 해외 바이오 사업 확대 같은 두루뭉술한 지향점만 제시됐을 뿐 세부 계획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채무자 측 대리인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정당하며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맞섰다. 경영권 분쟁은 없으며 미래 성장 동력을 얻고 안정적 연구·개발 기반까지 구축하고자 통합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심문을 종결했다. 오는 28일 진행되는 한미사이언스 주주 총회 전 재판부가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