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전투기가 온다"..앞서가는 중국·일본, 한국과 격차 벌린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8.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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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의 공통점이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와 수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공군력에 크게 의존했고, 미국은 걸프전과 이라크전쟁에서 공중 폭격을 앞세워 이라크군을 격파했다. 세계 각국이 제공권 장악에 필요한 최신 전투기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강대국들이 서로 맞부딪히는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일본은 기존보다 훨씬 우수한 ‘유령 전투기’를 실전배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위력적인 스텔스기를 보유하느냐를 놓고 전략경쟁이 불붙는 모양새다.  F-35A와 KF-21을 운용하게 될 한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영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가 계곡 사이를 비행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과 손잡고 차세대 전투기 개발하는 일본

미국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한 일본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를 개발·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자국산 F-2 전투기를 스텔스·인공지능(AI)·초연결 네트워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첨단 기종으로 대체하려는 의도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를 영국과 협력해 공동 개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전했다. 

당초 일본은 F-22, F-35를 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을 추진했다. 스텔스기를 만든 경험이 풍부한데다 유사시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위해서는 미 공군 전투기를 납품하는 록히드마틴과 손잡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본은 F-2가 퇴역하는 2035년쯤부터 차세대 전투기 90대를 배치하기 위해 1조엔(약 10조5000억원)을 투입해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실전배치를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5조엔(약 52조5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중국 공군의 양적 우위에 질적 향상으로 맞서려 했다. 
일본이 개발을 추진하는 6세대 전투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록히드마틴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개발에 차질이 우려됐다. 독자적으로 만들기에는 기술적·재정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영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영국도 2030년대 실전배치를 목표로 스웨덴·이탈리아와 함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발을 추진중이다. 

일본과 영국은 차세대 전투기에 대한 요구성능과 실전배치 시기 등이 비슷한 상황이다. 공동개발을 진행하면 연구개발비와 대당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 효율화도 가능하다.

공동개발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영국 항공방위산업체인 BAE시스템스가 담당한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는 미쓰비시전기와 레오나르도 영국법인 등이 개발을 맡을 전망이다. 엔진은 일본 IHI와 영국 롤스로이스가 맡고, 이탈리아 기업의 참여도 거론된다. 

록히드마틴은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확보 등에만 관여할 전망이다.
영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 내에서는 6세대 전투 전투기의 수출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영국은 독일·이탈리아 등과 공동개발한 타이푼 전투기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판매했다. 군함을 비롯한 주요 무기의 수출 경험도 풍부하다. 

일본이 생산을 맡고, BAE 시스템스가 마케팅을 담당하는 구도가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완제품 대신 주요 장비나 부품의 수출도 이뤄질 수 있다. 

전투기 수출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운용지침에서는 안보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로의 무기나 부품 이전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구난과 수송, 감시 등의 용도로 한정되어 있어 전투기와 호위함 등은 완제품 형태로 수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전투기도 수출할 수 있도록 ‘방위장비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연내 개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35 복사판’ 내놓은 중국  

미국·일본에 맞서 동아시아의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기존에 만든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과 별도로 새로운 기종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이 개발중인 신형 스텔스기 사진이 공개됐다. 

J-35로 알려진 이 전투기는 쌍발 엔진을 제외하면 미국의 F-35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J-20이 공군에서 쓰인다면, J-35는 중국이 세 번째로 만든 항공모함 푸젠호에서 운용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는 2012년 시험비행을 한 FC-31 전투기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6월 우한에 있는 지상 시험시설에서 처음 포착됐다.

J-35는 미국식 스텔스 전투기 설계 개념을 충실하게 적용했다. 약간 기울어진 형태의 꼬리날개 2개와 각진 외형, 매끄러운 동체 등은 F-22, F-35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기수 부분에는 최신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탑재해 적 항공기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높였다. 
중국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J-35 스텔스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지상요원의 정비를 받고 있다. 웨이보 캡쳐
엔진 노즐은 톱니바퀴 모양으로 제작해 적외선 방출을 낮추려 시도했다. 동체 하부에 설치된 내부무장창에는 PL-15 공대공미사일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가 300~400㎞로 알려진 PL-15는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 적기를 파괴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열리는 주하이 에어쇼에 J-35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35는 한계도 존재한다.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에서 쓰이는 F-35C는 F135-PW-100 터보팬 엔진 1대로 이륙한다. 반면 J-35는 엔진 2개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중국의 전투기 엔진 출력이 미국산보다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F-35C는 조종사들의 인식능력 강화 차원에서 후면 카메라, 상황분산시스템(DAS), 헬멧형 전자식 공중정보 전시기(HMDS) 등을 갖췄다.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융합,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 J-35에도 이같은 체계가 갖춰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항모에서의 운용 경험 부족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부터 항모와 전투기를 실전에서 활용했던 미국도 F-35C를 핵항모에서 활용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반면 중국은 항모 운용 경험이 부족하다. 함재기를 항모 갑판에서 띄우기 위해 중국이 만든 전자기 이륙체계(EMALS)는 기술적 신뢰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중국 정비요원들이 J-35 스텔스 전투기 기수 부분에서 정비를 하고 있다. 웨이보 캡쳐
우방국으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중국으로서는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 J-35가 본격적으로 실전에서 쓰이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중국 해군 항모 탑재기로 사용되는 J-15를 J-35가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보다 자금 및 인력 측면에서 많은 특권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J-35가 예상보다 빠르게 실전에서 운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30년대에는 중국과 일본의 6세대 전투기가 한반도 일대에 출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같은 시기 한국은 F-35A와 KF-21, F-15K를 주력 전투기로 운용할 전망이다. 중국, 일본이 6세대 전투기를 배치하게 되면, 공군력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위험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공군력 운용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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