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베트남 전쟁은?

서담 승인 2023.02.15 12:14 | 최종 수정 2023.02.15 17:00 의견 0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난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민사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승소한 뒤 화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서담 전문위원]“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중년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아마도 김추자의 이 노래 가락을 기억할 것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을 했었고, 우리 현대 역사의 중요한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 한국 경제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고,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희생을 한 우방 미국에 대한 당연한 보담으로 참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평도 있을 것이다. 또한 명분 없는 전쟁에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했다는 시각도 있고, 꽃다운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몰고 그 목숨 값으로 경제발전을 꾀했다는 부정적 평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양면적 시각에 대한 평가는 잠시 접어두고, 벌써 매듭을 지었어야 할 일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2023년 2월 7일에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한국정부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원고 응우옌씨에게 약 3000만원과 관련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씨 가족 등 마을 주민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70여 명의 민간인을 총으로 사살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원고 응우옌씨의 주장대로 1968년 6월 12일 대한민국 해병 군인들이 응우옌씨의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해서 이모와 남동생, 언니 등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오빠와 본인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불법으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을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이지만, 뒤늦게나마 재판부의 합리적 판결이 내려진 것이 다행이다. 이번 판결에는 파병 해병대원들의 증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증언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당시 파병되었던 해병대원들이 한국 군인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고, 이것은 틀림없이 판결을 내리는데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민간인 학살을 목격한 이들 파병 군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많이 괴로웠을 텐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한국 군인에게나 베트남인들에게나 비극적인 사건이었고, 매우 늦었지만 정당한 판결이 내려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는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고 자행했던 만행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그런 우리의 요구에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고 있고 배상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국 법원에서 내려진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뒤집으라고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한심하게도 현 정부는 그런 일본의 요구에 굴복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국 법원이 베트남에서 자행되었던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은 더욱 의미 깊다.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해 모른 척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된 일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런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당연히 우리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 법원은 베트남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한국 책임을 인정했다. 같은 맥락으로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고 자행한 일에 대한 책임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수긍하고 대안을 찾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늘 내세우는 “법치”와 “공정”과 “상식”은 도대체 어디에 적용되는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적용되는, 지극히 임의적으로만 적용하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민들이 항상 자괴감을 느끼게 만드는 정부이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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