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 국가들과 중세 국가인 키예프 공국을 비교하시는 건 좀 무리이지 싶습니다.
전자의 경우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 시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하기도 하고요.
공정한 비교 대상이 되려는지...
서로 유사점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키예프 공국은 말이 공국이지 영토규모, 군사력이 상당했습니다.
특히 동로마 제국과 가까워 많은 영향을 받다보니 문화 수준이 상당했으며 동시대 서유럽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키예프 공국이 후대 러시아의 전신이다 보니 많이 돋보이긴 하나 동유럽사를 논하는데 폴란드가 빠질수 없다고 봅니다.
국가 성립시기가 키예프 공국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사실 폴란드는 유럽사에서 많이 저평가된 면이 있습니다.
한때 러시아(키예프 공국)보다 강국이었고, 키예프를 점령한 적도 있었으며, 터키제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 폴란드가 몰락한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장일치(다수결이 아니라) 제도입니다.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 를 모토로 해서 나름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의회의 가결 사안에 대해 누구 하나라도 반대해 버리면 그냥 폐기처분...
국정마비 사태...
옛날에는 군사 강국으로 주변국들 사이에서 한가닥 했으나 후대에 와서 그 주변국들에 의해 이리저리 치여서 저평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역사가 일부 비슷하다는 소리가 연구자분들 사이에서 종종 나옵니다.
물론 한국의 국가 성립이 훨씬 오래 되었고 강성했던 역사가 더 길었으며, 현재의 한국은 폴란드와 다르게 다시 넘사벽이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훈족의 침입을 격퇴시킨 것은 폴란드가 아니라 사실상 샬롱전투에서 서로마의 아이티우스와 서유럽 게르만족(프랑크, 부르군트)의 연합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고, 네로시대의 폴란드 지역의 민족과 훈족 침입 이후의 폴란드 지역의 민족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의 시대에는 원래 게르만족이 거주했었는데, 훈족 침입 이후 게르만족들이 로마제국 국경을 넘어 이주하면서 공백이 된 이 지역에 슬라브족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슬라브족의 일파인 폴라브족이 현재 폴란드를 건국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로마제국 멸망 이후를 크게 얘기해서 서유럽은 게르만족에 동유럽은 슬라브족에 넘어갔다는 얘기를 학자분들께서 종종 하십니다.
폴란드라는 국명도 위에서 말씀드린 민족 이름인 폴라브(평원의 민족이란 의미)에서 기원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종교인인 베드로의 이름에서 기원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마 러시아 표트르 황제의 사례와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
표트르 황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을 명명할 때, 자신의 이름인 표트르의 어원이 베드로라는 것에 착안해서,
성스러운(상트) + 베드로(페테르) + 도시(부르크)
라고 이름을 지었다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몽골의 서진을 폴란드가 막아냈다기 보다는, 레그니차 전투에서의 폴란드군이 바투에게 사실상 전멸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이후 헝가리와의 모히 전투에서도 승리를 얻은 바투가 오고타이칸의 사망후, 상속문제로 스스로 동유럽에서 철군한 것입니다.
이 당시 동유럽은 몽골의 서진에 사실상 제대로 대처를 못했습니다.
서기 2세기 루마니아지방에 다키아 (Dacia)가 로마 트라야누스 황제 정벌에 두차례 대항했었고, 그 자료가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서있는 트라야누스 원주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적어도 이미 그때 체계적인 국가조직이 있었다고 봐야하겠죠. 그리스, 마케도니아 엘리트들이 이집트 톨레미왕조의 지배계급으로 있을때, 바로 위 동유럽지방으로도 많이 퍼져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