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를 위해 라틴어를 보존하고 라틴 문학을 전수한 다리 역할을 해낸 게 바로 중세시대.
특히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거 왕조 때 대대적인 라틴어 문학 보존작업에 들어갔는데 이를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도 부릅니다. 당시에는 당연히 인쇄술이 없었기에
그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을 일일이 손으로 써가며 보존했는데 중세 초기에는 카롤링거 왕가가, 후기에는 수도원에서 해냈습니다.
단테, 롤랑의 노래, 베오울프 등등 많은 문학작품이 나왔고
고대 로마 멸망 후 거의 사라질 뻔했던 연극이 다시 부활하는데, 글도 못 읽고 무식한 농노들을 위해 유랑 연극단들이 지방 곳곳에서 연극을 했습니다 (주로 교회에서 파견).
고대 로마 멸망 후 일시적으로 건축학이 퇴보되기도 하지만 곧 엄청나게 발전하게 되지요. 11세기에 등장하는 고딕 양식은 석재를 활용한 건축의 한계까지 밀어붙인 구조로
플라잉 버트레스 구조기법, 그리고 천창의 무게를 감소시키기 위해 리볼트를 활용하는 등 지금 보아도 굉장한 건축기법/건축물들이 많이 탄생했죠.
식문화는 현대인 입장에서 보면 서양이나 동양이나 많이 빈약해 보이겠지만
중세시대 식문화는 최악이다는 편견과는 달리 굉장히 많은 양의 요리책들이 서술되었고
돈도 많고 여유도 많던 귀족들은 놀고먹는 데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요리 문화도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잘못 알려진 건 바로 중세 하면 '마녀사냥'을 떠올리는 것.
정작 마녀사냥은 '근세'에 벌어진 일입니다.
수많은 생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종교재판 안내서인 '마녀의 망치'는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하는 15세기 말에 나왔고
르네상스 시기에 아주 활발하게 화형 같은 무자비한 박해가 시작합니다.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오히려 중세시대에 여성에 대한 종교적 보호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등 로마시대보다 훨씬 진보합니다.
특히 전통적인 게르만 또는 켈트족의 여성인권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영주가 결혼하는 여자와의 첫날밤을 먼저 치른다는 '초야권도 사실상 도시괴담.
즉 인터넷에서 돌고 도는 대표적인 떡밥이죠. 초야권으로 인해 역사서에 이름을 남긴 이도 없으며 초야권 때문에 어떤 분쟁이 있었다는 기록도 전혀 없습니다.
역사학계의 견해는 20세기 말까지 "초야권이 있긴 있었지만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인데
현재 역사학계에선 "초야권이 거의 실행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초야권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이유는 초야권이 실제로 행사되었다는 사료가 전 유럽 대륙에 걸쳐 단 한건도 없기 때문.
초야권이 실제로 시행된 사례는 유럽이 아니라 유럽 외부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지구 반대편 동아시아에서는 실제 했던 제재죠. 대표적으로 원나라 시대 몽골인들이 한족들에게 행했죠.
다만 이때도 실제로는 한족에 의한 자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초야권 자체가 그리 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야권이 제일 많이 이뤄졌던 곳은 라마교가 퍼졌던 몽골.
몇몇 돌팔이 의사들에 의해 진행됐던 막장스러운 진료 기록을 보고 유럽 중세의 의학은 최악이라고 보고 무시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굉장히 잘못된 것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죠. 당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럽 의사들이 돌팔이였던 건 당연히 아니었죠. 돌팔이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고대 그리스와 고마의 발달했던 의학기술은 중세시대에도 거의 대부분 보존되어 전해졌습니다.다만 중세시기로 넘어가며 사라져 버린 학문적 요소는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고대 로마든, 중세 유럽이든 당시의 의학은 굉장히 좋지 못한 건 팩트입니다.
중세시대 사람들의 위생은 최악이었다? 위생이 정말 안 좋았던 시기는 근세이지 중세가 아닙니다.
중세는 근세 (르네상스) 보다 더 나았습니다. 로마로부터 내려오는 목욕탕과 목욕문화가 남아있어
꽤 자주 씻는 편이었고 기록을 보아도 근세 사람들보다 더욱 깔끔 떨었습니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중세를 배우는 이유는 중세를 까기 위해서다."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수백 년 동안 가루가 되도록 까이던 중세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재평가를 받기 시작합니다.
현재는 중세는 '암흑시대'라는 말 자체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꺼리는 표현입니다.
오히려 조선시대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살기 괜찮았던 시기인 건만 마치 조선시대의 몇몇 참혹했던 시기, 조선 말기의 막장을 달리는 사건 등을 보고 조선을 뼛속 깊이 증오하며 까대는 조선까들이 이성적이지 못 한 것처럼
중세시대의 참혹했던 시기, 부정적으로 묘사된 기록 등을 보고 중세시대는 그저 '암흑시대'였다고 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 한 행동이자 현재 역사학자들도 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중세시대의 부정적인 인식, 예를 들어 최악의 위생 상태, 초야권, 마녀사냥 등은 중세가 아니가 근세 시대에 더 부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