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특성 때문인지 필연적으로 어그로들이 한국 사회나 역사의 어두운면을 가지고와서 어그로 끄는 일들이 많습니다. 어줍잖은 궤변은 하급에 속하지만 상급 어드로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편집을 하죠. 동아게의 어떤분은 참 아는 게 많으신데 터무니없는 어그로에게 비판은 없고 역성만 들거나 부정적인 것에만 집중해 맨트를 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급어그로들은 이런 핑계를 듭니다. 사실을 말한 거 뿐이고 반성해야하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니냐는 식이죠. 과거의 기록은 시공간적 맥락이라는 걸 따져야하고 현대의 가치관으로 무조건적 비하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1세기는 커녕 몇십년전으로만 가도 지금의 윤리기준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야만적인 일들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굳이 한국만의 문제인냥 다루는 태도는 의도적 어그로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구한말 외국인의 기록을 가지고 조선인들은 게으르다라고만 하고 맥락적 설명이 없다면, 이건 분명하게 어그로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줍잖은 진보네 하는 사람중에는 뭔가 자신이 속한 사회나 역사를 욕해야만 무슨 이성적 인간인냥 생각하는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인간들도 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부류중 하나이죠. 여튼 그럼 구한말 조선인들이 게으르다는 게 올바른 명제인가를 따져봅시다. 막 산업화가 시작된 서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가 되었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지금과 비교) 엄청난 노동시간을 가지며,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가 만연한 사회였습니다. 그런 사회에 익숙한 서구인의 눈에는 당연 농경사회인 조선인들이 게을러 보이겠죠. 그럼 조선은 다른 농경사회보다 더 게을렀는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쌀농사를 짓는 문화권은 여타 문화권 보다 게으를 수가 없습니다. 노동력이 더 들어가거든요. 실제로 영국이 막 산업혁명을 하고 산업사회로 들어섰을 때, 자국의 농경민의 노동시간을 기록하며 게으르다고 욕을 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인 농민들의 노동시간은 조선인들 보다 더 적었죠. 농사는 제때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구한말에 외국인의 기록이라며 조선인은 게을렀다는 명제를 들이미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일단 구한말 서구인의 기록은 선민사상을 기본으로 가진 사람들이 폄훼가 일정부분 있다고 봐야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다각적이듯 사회 또한 마찬가지라 한가지 현상을 가지고 모든 수준을 논하는 건 잘못된 태도입니다.

  백정각시 놀음이 얼마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는가는 차치하고 일단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봅니다. 미국 같은 경우 유명한 째즈가수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어보면 백인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제대로 재판도 못 받을 환경이었다죠. 

  역사를 다루면서 긍정적인면만 다루면 조선은 어디보다 인권의식이 발달한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백정각시놀음 같은 걸 가지고 욕하기 시작하면 가장 인권의식이 미개한 사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역사지식이 없는 대개의 일반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현대의 윤리의식과 맥락으로 과거를 보며, 여타 동시대 다른 나라의 케이스는 모르니 충격적이고 한국만이 특별히 잘못된 것이라 받아들이게 됩니다. 흔한 이웃나라 혐한들이나 일뽕 종자들이 이런 걸 노리고 주로 하는 짓이죠.

  물론 저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란 건 아닙니다. 최소한 저런 소재의 글을 쓸때는 뻔히 독자의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걸 알면서 맥락은 전무하고 자극적으로만 적는 건 어그로짓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