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진실게임이 아닙니다. 도대체 역사가 사실(fact) 또는 진실(true)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단말입니까? 그렇다고 허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역사는 그냥 과거에 발생하고 존재했던 일일 뿐 입니다.
만약 '사실', '진실'을 말하려면 수학이나 자연과학 쪽에서 찾아야지요. 오늘날 자연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연과학이 밝히는 것이 과연 '사실' 또는 '진실'인가에 회의하는 학자들도 더러 있습니다. '객관적', '과학적'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역사학에서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뿐 입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지 그것이 '사실(?)' 또는'진실(?)'인가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고서들이 과연 과거에 발생했던 일을 있는 사실 그대로, 또는 진실하게 기술한 것일까요? 그 정확성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역사' 또는 '역사학'에서 중요한 것은 아마도 과거에 발생한 일들을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대 있었던 일이라 믿어지는 사실들에 관한 검증도 중요하겠지만(과연 얼마나 철저한 검증이 가능할런지도 의문이지만) 이러한 일들이 기술된 역사적 '의미'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역사' 또는'역사학'의 존재 의미는 이를 통해 이를 공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의 존재의미와 그 집단의식의 고취에 있을 것입니다. 이는 또한 맹목적적인 것이 아니라 합목적적인 것이어야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병도와 그의 후학들이 비판받아야 할 가장 크고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임무를 저버리는데서 그치질 않고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Identity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민족의 동질성을 깨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민족의 정신과 물질적 토대를 부정하는 것으로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나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님이 말한 역사의 실증성이나 객관성 따위는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실게임님이 진정 진실게임이 하고 싶다면 이병도와 그 후학들의 가면인 역사에 있어서의 객관성, 실증성들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이러한 개념들이 어떻게 우리 역사에 가면이 될 수 있는가부터 연구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