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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14 10:38
[세계사] 폐하 전하는 존칭이 아니다
 글쓴이 : RaMooh
조회 : 1,954  

폐하 전하는 존칭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폐하(陛下), 전하(殿下) 등을 존칭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황제=폐하, 왕=전하’이고 ‘폐의 아래에 있는 사람, 전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저는 그 사람을 황제나 왕이라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황제나 왕을 알현하는 신하’라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라 하였고, 저는 ‘폐의 아래에 있는 황제’라 하였습니다. 만약,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가 맞으면, 본래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인데,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에 대해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자기 자신을 가리키던 호칭이 상대방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적 기원 어쩌고 하면서, 헛소리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가 맞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맞았습니다. 신하를 가리키던 호칭이 황제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맞기는 하였지만, 뜻은 전혀 달랐습니다.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는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리키던 호칭이 상대방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바뀔 수도 없었습니다.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가 맞기는 하지만, 그 신하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신하가 아니었습니다. ‘폐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를 뜻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폐의 아래에 있는 신하=황제’였던 것이었습니다.


폐하는 존칭이 아닌 비칭이었습니다. 모두가 존칭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맞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순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왔었습니다. 그런데, 존칭이 아닌 비칭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모든 의문이 다 풀렸습니다.


후한(後漢) 말기의 채옹(蔡邕)이 독단(獨斷)이라는 책에서 말하기를.


=======

陛下者,陛階也,所由升堂也。天子必有近臣,執兵陳于陛側以戒不虞。謂之陛下者,群臣與天子言,不敢指斥天子,故呼在陛下者而告之。因卑達尊之意也。上書亦如之。及群臣士庶相與言曰殿下、閤下、執事之屬皆此類也。

폐하(陛下)라는 것은 폐계(陛階,섬돌)로 이를 거쳐 당(堂)에 오른다. 천자(天子)에게는 반드시 근신(近臣,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신하)이 있어 병기를 들고 섬돌 곁에서 불우의 사태를 경계하였다. (천자를 가리켜) 폐하라고 일컬은 것은 뭇 신하들이 천자와 더불어 얘기할때 감히 천자를 직접 가리키지는 못하였으므로 섬돌 아래(陛下)에 있는 자(곧, 근신)를 불러 더불어 말하였으니 이는 비천한 자를 거쳐 존귀한 자에게 (의사를) 전달하려는 뜻이었다. 상서(상소)할 때도 이와 같았다. 더불어서, 뭇 신하와 사서(士庶)들이 서로 더불어 말하며 전하(殿下), 합하(閤下), 집사(執事) 등등으로 칭한 것들이 모두 이런 부류다.

=======


그런데, 이것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폐하를 존칭이라 여기는 탓에 오해가 생겨, 사람들이 올바른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하가 천자와 대화를 할 때, 직접 천자에게 말하지 못하고 근신(폐하)를 통해 말을 대신 전하게 하였다.’고 오해한 것입니다. 그렇게 독해하면,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아랫사람의 호칭을 윗사람이 이어받아 쓰는 꼴이라 말이 안 됩니다.


지척(指斥)은 ‘웃어른의 언행을 지적하여 탓함’입니다.


폐하의 올바른 어원은,

{아랫사람인 신하가 윗사람인 천자의 잘못을 지적할 때(아랫사람인 신하가 윗사람인 천자의 잘못을 따질 때), 감히 존귀한 천자를 직접 나무랄 수가 없으니(감히 존귀한 천자에게 직접 손가락질을 할 수가 없으니), 근신을 불러다 놓고, 근신을 꾸짖어 간접적으로 천자의 잘못을 지적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입니다.


즉, 근신이 신하의 말을 천자에게 대신 전해주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근신이 신하의 꾸지람을 천자 대신 들었던 것에, 그 유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통령이 어떤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였을 때, 권신(權臣)인 국무총리나 중앙정보부장 등이 비서실을 찾아와서 또는 대통령과 함께 얘기하는 자리에서, 비서나 비서실장 등에게 ‘너희들 대통령 똑바로 안 모실래? 너희들이 그 따위로 일하면 대통령께 누가 된다는 거 몰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장면과 같은 상황이 폐하의 어원이 됩니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을 제도적으로 확립하여, 애꿎은 근신을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좀 더 직접적인 대화를 하기위해 천자를 폐하라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폐하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보니 버릇으로 굳어져서 계속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황제의 잘못을 따질 때는 황상(皇上)이라 부르지 않고 폐하라 부르도록 관습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관습을 백 년 전까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사람들이 잘 인식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사극 등에서 아랫사람이 임금을 부를 때, 무조건 아무 때나 ‘전하, 전하’ 하는데, 그것은 잘못이고, 임금의 잘못을 따지는 장면 등에서만 사용해야 됩니다. 무엇을 건의할 때나 어떤 것을 허락해 달라거나 하는 등의 상소를 할 때는 전하라 하면 안 되고, 자리나 목숨을 걸고 올리는 상소 등에서만 사용해야 됩니다. 추측건대, 신하가 부르는 전하라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어린 임금이나 담력이 약한 임금은 그때 마다 경기(驚氣)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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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투 16-03-14 13:27
   
흥미롭네요.^^
사무치도록 16-03-14 15:21
   
그럼 평상시 임금을 부를 때 어떻게 했나요?
     
RaMooh 16-03-14 19:03
   
추측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임금을 가리키는 호칭은 여럿입니다. 그러나, 임금과 대화를 나눌 때 대화상대로써 임금을 무엇이라 불렀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임금에게 따질 때는 전하인 것이고, 평상시에 무엇이라 했느냐인데...

문자(중국어)로 대화할 때는 주상(主上) 또는 상(上)이라 불렀을 것이 가장 일반적일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말(諺語)로 대화할 때인데, 무엇이라 불렀으며, 존칭접미사를 붙였느냐, 붙였다면 어떤 접미사를 붙였느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로 대화 할 때는 꼭 존칭접미사를 붙이려는 습관이 있어서, 이게 문제입니다...

마마가 원나라때 들어온 것이라 하나, 그 이전에는 알 수 없으니, 조선시대에 무엇이라 하였느냐인데, 가까이서 대화할 때는 '마마'이고, 주의를 끌고 싶은 경우에 '마마'라 부를 수 있음에도 '상감마마, 대전마마'라 하였을 것입니다. 대전마마 보다는 상감마마가 더...

또, 문자로 대화하는 것이 아닌 우리말로 대화할 때도, 그냥 '주상'이라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주상'에 존칭접미사를 붙였느냐 어떻게 붙였느냐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주상마마'가 가장 맞을 것 같지만, 역사교육이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주상마마'라 호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고맙습니다.
애즈한 16-03-17 00:33
   
1. 채옹의 독단 글까지 번역해드리면서 알아듣게 설명한거 같은데
채옹 설을 받아들인다면서 다시 더 이상한 설을 펼치시니 좀 난감하네요.
좀더 부연설명을 할께요.

2. 指斥(지척)에는 '나무란다, 간한다'는 뜻과 '직접 대놓고 부른다, 말한다'는 2가지 뜻이 있습니다.
독단 글의 경우 저는 후자로 봤습니다만 전자로 봐도 꼭 틀렸다고 할건 아니고
둘 중 어느걸로 봐도 별 상관없습니다.

3. 폐하, 전하 등등은 기본적으로 대화의 상대방이 황제나 왕일때
-그 대화의 종류나 내용을 막론하고, 질책이고 건의고 상관없이- 그를 호명하는 호칭이자 존칭입니다.
예를 들어 "폐하 이거 하지 마세요.", "폐하 이거 해주세요"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서는 2천년 이상을 그렇게 쓰였어요.
(단, 후대로 갈수록 대화의 상대방일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기서 확장되어 上이나 主上 같은 일반적인 황제의 이칭으로 쓰이는 사례도 간혹 있음
예를들어 "누가 누가 뭘 잘해서 폐하를 바른길로 인도했다")
한문 사료를 조금만 읽어봐도 금방 확인되는 팩트니까 직접 확인해보세요.

따라서  <의도적으로, 황제의 잘못을 따질 때는 황상(皇上)이라 부르지 않고 폐하라 부르도록 관습화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님의 가설은 100% 잘못되었습니다.
     
RaMooh 16-03-17 01:28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설이라 하시니...

제 말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이상할 것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가설입니다.

독단의 내용은 제 해석이 맞습니다. '천자에게 감히 지척할 수 없어서, 폐하를 불러다 놓고 폐하한테 말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황제도 신하들이 폐하한테 말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듣고 한 것입니다. 폐하가 신하의 말을 대신 황제에게 전달해 준 것이 아니고요.(群臣與天子言: 신하들이 천자와 함께 말하다) 제 글에서 예를 든, 대통령과 비서의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님 말씀대로 내용에 관계없이 2천년 이상을 폐하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더라도, 채옹이 알고 있었고, 채옹의 독단이 현대에 처음 발견된 것도 아닐테니, 옛날 사람들이 폐하를 어느 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잘못을 간하는 것에 의도적으로 관습화하여 사용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의도를 잊어버리고 존칭이라 착각하고 사용하였을 수 있고, 나중에는 그냥 아무 때나 사용하였을 수 있습니다. 즉, 폐하를 천자에게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하였을 것이고, 자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아래 사람의 호칭을 윗사람이 이어 받아서 쓴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애초에 폐하라는 호칭이 사용될 때, 신하나 천자가 모두 다 폐하라는 호칭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었을텐데, 시간이 흐른다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질까요?

국무총리가 대통령 앞에서 비서실장을 욕하던 버릇이 굳어졌다고 해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비서실장에게 '비서실장 너 똑바로 해' 이러다가 대통령에게 '비서실장 이렇게 하십시오'라고 바뀔 수 있을까요?

폐하라는 호칭이, 님 말씀대로 내용에 관계 없이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관습으로 굳어지게 된 배경에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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