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환빠’가 싫다 >
그럼 나는 왜 환빠를 싫어한다고 말할까? 내가 규정하는 환빠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환빠라 부르는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내용과 무관하다. 내가 규정하는 환빠의 본질은 강압과 폭력이다. 듣기 싫은데 광신도처럼 반복해서 강변하고, 관심이 없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애국심과 민족의식이 부족하다고 매도하고, 폭력이나 전쟁을 불사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 내가 싫어하는 환빠다. 실제로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도 있다. 술자리에서 한 사람이 <환단고기>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만하자거나 비판을 하면 술상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내가 말하는 진짜 환빠의 모습이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민족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피폐함을 은폐하고, 민족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그 폭력을 통해 내용 없는 자신을 합리화하지만 스스로 파산하는 것’이었다. 내 말에 일리가 있다면 이것은 귀중한 민족이란 이름을 비참하게 오용하는 것이다.
식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는 상관이 없다. 강압성과 폭력이야말로 그들의 본질이다. 그런 식빠가 실제 있냐고? 있다. 환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빠를 이해해야 한다. -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 p. 46
밑의 글에서 랑케의 실증주의 자체를 식민사관으로 매도하는 행위를 보고 글을 씁니다. 역사는 실증 그 자체입니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소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증은 곧 근거입니다. 따라서 실증을 포기한 역사가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근거가 없음을 자폭하는 것입니다. 환빠들이 실증사학을 식민사관으로 매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들의 사이비적인 믿음에 대한 근거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랑케의 실증주의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처량한 위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식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류사학의 대두인 이기동의 <한국사 시민강좌>의 구절 중 하나입니다.
황장엽이 작년 10월 서울에서 별세하기 얼마 전 회고한 바에 따르면 ‘단군릉’발굴도 어쩌면 고조선의 역사를 “주체적 입장에서 새롭게 정립”하라는 김일성의 특별 지시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 <한국사 시민강좌> 49집, <독자에게 드리는 말>, iv쪽
이기동을 포함한 주류사학은 지난 수십 년간 그러했듯 전형적인 빨갱이 때려잡기 매카시즘을 이용하여, 통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역사가들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둘째의 문제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 다양성을 포기했습니다. 다양성은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아무리 그 주장이 옳다한들 비판과 반대여론이 없는 주장은 단지 선동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학문은 역동성을 잃고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또한 당초에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주류사학의 근거들이 일제 강점기의 역사관을 잇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근거 없는 한사군재한반도설과 임나일본부설이 그것을 대표합니다. 다른 역사가들이 반대 의견을 제사면 빨갱이 때려잡듯이 묵살하는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학문적 태만과 폭력을 이제는 멈추어야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랑케의 실증주의와 끝없는 토론이 전제되어야합니다. 환빠는 식빠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실증주의와 토론을 버렸습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이 사건이 바로 교과서 파동입니다.
- 교과서 파동은 1980년 11월, 일부 재야학자들을 앞세워 당시 강단 고대사학계의 거물급 원로학자들을 국회 공청회에 불러 드잡이를 한 사건을 말한다. 물론 이들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교수나 지식인들처럼 해직, 체포, 고문 등을 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서슬 퍼런 신군부의 실세인 육군 대령들의 방문을 받았으며 공청회에서는 기세등등한 재야사학자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강단 원로 사학자들이 사실상 식민사학을 옹호하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들에게 태도가 불손하다는 핀잔도 들었다. 이것은 당시 교육부 역사 담당편수관이었던 윤종영의 책 <국사교과서 파동>에 잘 묘사되어 있다. 물론 이 책이 드잡이를 당했던 강단사학자들 편에 서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국회 공청회의 적용 범위가 가능한 한 넓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다. 헌법과 기본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국회 공청회가 불가능한 분야는 없으며 또 있어서도 안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공청회는 어떤 경우라도 강압이나 폭력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롭게 말을 못하는 공청회는 심문이나 협박이지 공청회일 수 없다. 따라서 당시 공청회는 용납할 수 없는 불법이다. 그리고 이 공청회를 주도한 재야사학자들은 명백한 ‘환빠’들이다. - 그리고 이들은 신군부독재의 앞잡이로 나섰다.
신채호는 이승만에게 침을 뱉었던 인물이다. 나아가 신채호는 비타협적인 민족주의자이자 아나키즘을 선택한 민중주의자였다. 그런데 민족과 나라를 사랑한다는 민족주의 재야사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가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백성들이 총칼에 죽어나가고 짓밟히는데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는 민족사란 대체 어떤 종류의 역사란 말일까? 그들은 가짜 민족주의자들이다. - 환빠는 식빠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지금 피해자로 묘사되고 있는 강단의 원로 사학자들이다. 이들은 당시 공청회에서 드잡이를 당하기는 했지 체포, 해직, 고문 같은 것은 당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것은 한국 고대사학계의 특징이다. 이들은 어찌된 셈인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권에 대항한 적이 없다. 역사를 연구하는 그들에게 부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역사의식 자체였던 셈이다.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 p. 53
우리 역사학계는 좌로 가면 환빠, 우로 가면 식빠, 앞으로 가면 식민지 이후 100년을 복지부동한 강단의 학자들, 뒤로 가면 군부독재 파시스트와 공작통일론의 정신병 환자들입니다. 우리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식빠와 환빠를 둘 다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한사군재한반도설을 공격하고 <환단고기>를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학문적 진실과 학자의 양심을 말한 윤내현 교수의 이야기는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랑케의 실증주의 사관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포기한 환빠나 식빠 모조리 폐과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한사군재한반도설과 <환단고기> 모두 사이비종교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