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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9 18:05
[기타] 홍산문화를 둘러싼 아전인수 해석
 글쓴이 : 고이왕
조회 : 1,380  

홍산문화를 둘러싼 아전인수 해석


[물밑 한국사-45] 우리나라의 역사가 오래되고 광대한 영토를 지녀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위대한 역사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반도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좁고 누추한 곳이 되어버렸다. 분명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보니까 과거에는 위대한 역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이런 꿈을 부추기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마약 같은 역사를 대중들에게 팔아먹는다.

기원전 2333년에 나타났다고 하는 고조선의 역사마저도 이들에게는 충분히 오래된 역사가 아니었다. 당연히 평양에 수도를 두었다는 것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치 없는 역사일 뿐이었다. 더 넓은 땅을 갈구하는 목마름은 그치지 않는다.

옥저룡. 홍산문화의 대표적 유물인 옥으로 만든 용 형상. 본래 돼지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곰이라 이야기한다. /출처=위키피디아
▲ 옥저룡. 홍산문화의 대표적 유물인 옥으로 만든 용 형상. 본래 돼지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곰이라 이야기한다. /출처=위키피디아

그렇다고 해서 유럽에 고조선이나 고조선의 전신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만주나, 몽골, 중국에 있었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행태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설픈 고고학이 적용된다. 중국에서 오래된 유적이 발견되면 그것이 곧 고조선이나 고조선의 전신이 세운 유적이 된다.

과거에는 산둥 지방의 다원커우(大汶口) 문화가 동이족의 문화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찬란한 문화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홍산문화(표기법상으로는 훙산이라고 써야 하지만 홍산이란 말로 워낙 유명한 관계로 홍산이라 표기함)가 등장한 이후로 이 유행은 싹 가라앉았다. 물론 유행이 변화한 데는 학문의 발전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북경중앙민족대학에서 언어인류학을 공부한 김인희 박사는 '소호씨 이야기'(물레출판사)에서 다원커우문화의 동이족과 한민족의 선조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가령 두 지역에는 머리를 납작하게 하는 '편두'라는 풍습이 있었다. 모양으로만 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다원커우문화에서는 머리 밑에 딱딱한 것을 받쳐서 편두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돌 같이 무거운 물건으로 이마를 눌러서 편두를 만들었다. 겉보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근원을 갖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유사역사가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다원커우문화는 홍산문화라는 대체재로 옮겨갔다. 홍산문화 자체가 알려진 것은 오래되었다. 내몽고 지방의 적봉시의 홍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홍산문화라고 부른다. 그 영역은 상당히 넓어서 북쪽으로는 시라무렌하에서 내몽고 초원까지, 동쪽으로는 의무려산을 넘어서 하료하 서안까지, 남쪽으로는 발해에까지 이른다. 1935년 처음 조사되었고 1954년 홍산문화라 명명되었다. 기원전 4500년에서 기원전 3000년까지 존속한 문화였다.

넓은 지역에 퍼져 있기는 하지만 발굴된 유적 유물이 많지 않았던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3년 시작된 중화문명탐원공정에서 요하문명이 중국 문명의 기원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계에서도 주목하게 되었다.

중국 측은 홍산문화가 문명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홍산문명이라고 부른다. 문화는 인류가 생활하면서 이룩한 모든 것들을 가리키는 말로 현대 사회에도 있고, 오지의 야만 부족에게도 있고, 원시 시대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사용되는 문명이라는 용어는 사회의 특정한 발전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 성립을 핵심적 지표로 삼는다.

중국이 홍산문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뉴허량(牛河梁) 유적 때문이다. 이곳에서 여신상이 발굴되었고 여신 숭배를 한 제단도 나왔다. 뉴허량 유적에서 나온 유물과 무덤의 크기로 보면 제정일치의 통치자가 있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 중국 측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해서 숭실대 김정열 교수가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주류성)의 '홍산문화의 이해'에서 잘 정리해 놓았다. (좀 더 학술적인 논문으로는 김 교수가 쓴 '홍산문화론'(한국고대사연구76집)을 보면 된다)

첫째, 뉴허량 유적의 중심 묘와 주변 묘 사이에는 부장품에 어떤 규범이 보이질 않는다. 주변 묘에서 중심 묘보다 더 화려한 부장품이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권력이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둘째, 권력자가 있었을 궁전이나 신전이 발굴된 적이 없고 발견될 확률도 높지 않다. 셋째, 뉴허량 유적이 홍산문화 전체의 중심지라고 볼 수 없다. 넷째, 뉴허량 유적이 동시대 중원 지역의 유적에 비해 탁월하다고 볼 수 없다.

즉 홍산문화는 후기에 들어와서 큰 변화를 보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홍산문명이라고 부를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홍산문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집단은 황제족(黃帝族)이다. 한족은 황제의 후손이라는 전승을 가지고 있다. 황제는 곰과 연결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은 홍산문화의 유물 중 하나인 옥기를 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우긴다. 그것이 곰인지 무엇인지 알 도리는 없다. 중국 측에서도 처음에는 돼지라고 말했다. 중국은 뉴허량 근처의 산 이름이 웅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산의 이름도 원래 저산, 즉 돼지산이었다.

홍산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옥기로 짐승 모양을 하고 있다./출처=위키피디아
▲ 홍산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옥기로 짐승 모양을 하고 있다./출처=위키피디아

중국은 남방의 염제와 북방의 황제가 서로 어울려서 중화민족을 이루었다고 주장하고 싶어서 황제를 홍산으로 끌고 온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요서나 내몽고 지방에는 전승이 없었다. 또한 황제는 신화의 인물이다. 중국은 그런 황제를 실존 인물로 둔갑시키는 무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연구 결과 안에 황제 대신 고조선을 끼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곰이 등장하니까 단군의 어머니인 웅녀랑 연관을 짓는다. 여신상도 나오니까 웅녀랑 연결시키기 더 좋다. 뉴허량 유적은 대릉하 상류에 있다. 예전부터 그곳은 고조선의 영토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연결하기가 좋다. 중국에서 고조선의 유적을 빼앗는 역사 침탈을 하고 있다라고 외치면 대중들의 호응도 따라온다. 이렇게 해서 홍산문화는 고조선의 유적으로 둔갑한다. 그런데 연대가 안 맞는다.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인데, 이미 이 시기에는 홍산문화는 끝난 뒤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없다. 그들에게는 어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는 <환단고기>가 있으니까. 그곳은 고조선의 유적이 아니라 그 이전의 환국의 유적이라고 하면 된다.

김정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홍산문화가 우리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것인지에 대한 집착과 논쟁은 본디부터 근대 국민국가 성립 이후 이 관점을 선사시대까지 무제한 확장하여 투영하는 가공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

목적에 맞춰 증거를 나열하려 하지 말고, 홍산문화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성숙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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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요 17-06-09 18:15
   
중국애들이 단군이 황제라던데요? 애초에 연관지으려는 애들이 중궈애들인데요?
     
고이왕 17-06-09 18:15
   
어떤 중국인이 단군을 황제라고 하는데요?
          
뚜리뚜바 17-06-09 20:31
   
? 마지막 문단에서 2333년 이전이면 이미 홍산문명은 끝났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웅녀랑 왜 연결이 안되는거죠? 단군이 세운 2333년의 고조선 이전이고 신화속에선 웅녀가 단군의 어머니 이니 당연히 2333년 이전이니 오히려 맞는거 아닌가요?
     
흑요석 17-06-09 18:30
   
단군은 제사장 아닌가요?
촐라롱콘 17-06-09 20:13
   
신석기후기~청동기초기 시기에....

정작 홍산문화를 이루었던 사람들은 오늘날의 국가나 민족개념하고는
거의 상관없는 삶을 살았을텐데.....

수 천년 후의 먼 후손에 해당하는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가꾸어놓은 문화를 자기꺼라고 서로 아웅다웅하며 다투는 모습을 본게 된다면
얼마나 벙찐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Marauder 17-06-09 21:47
   
그건 가깝게는 만주족이나 멀게는 북중국인들도 마찬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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