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8-01-10 15:33
[한국사] 누구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가에따라 시야가 달라진다.
 글쓴이 : 스리랑
조회 : 666  



이덕일소장님 글 요약 


역사관은 그 종류가 많아 보이지만 크게 나누면 둘이다. 나의 눈으로 보는 역사관과 남의 눈으로 보는 역사관이 그것이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의 시각으로 보느냐, 아니면 아랍인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규보(李奎報·1168~1241)와 김부식(金富軾·1075~1151)의 눈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둘 다 고려인이고, 유학자였다. 김부식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남겼고, 이규보는 ‘동명왕편’(東明王篇)을 남겼는데, 김부식은 유학자의 관점으로 ‘삼국사기’를 썼다.


공자가 ‘춘추’(春秋)에서 천명한 역사관이 유학의 역사관이다. 공자는 주(周)나라를 임금의 나라로 보고 나머지는 신하의 나라인 제후국이나 오랑캐로 보는 역사서술이다. 여기에서 중국 한족(漢族)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中華) 춘추사관이 나왔다.

그런데 김부식·이규보처럼 몸은 한족(漢族)이 아니지만 유학자의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경우이다. 이족(夷族)의 몸에 한족(漢族)의 눈을 가진 유학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김부식은 사마천의 ‘사기’를 본뜬 기전체(紀傳體)로 ‘삼국사기’를 썼는데, 기전체가 바로 춘추필법의 역사서다.




황제의 사적인 ‘본기’(本紀), 제후의 사적인 ‘세가’(世家), 신하의 사적인 ‘열전’(列傳) 등으로 나누어 쓰는데 이민족의 역사는 열전에 서술하기 때문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임금들의 사적을 ‘본기’(本紀)라고 불렀지만 실제 내용은 제후들의 사적인 ‘세가’(世家)에 준해 편찬했다.


이규보도 공자의 제자를 자처한 유학자였다. 이규보는 고구려 시조 추모왕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왕편’을 썼다. 공자는 “괴력난신(괴이한 것과 용력과 패란과 귀신)에 관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논어 ‘술이(述而)’)”라고 말했는데, 이를 따라 이규보는 “동명왕의 이야기는 실로 황당하고 기괴한 이야기라서 우리들(유학자들)이 이야기할 바가 아니다”라고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이규보는 명종 23년(1193)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읽어 보게 되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구삼국사’는 “(동명성왕의) 신이한 사적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해서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귀(鬼·도깨비)나 환(幻·허깨비)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규보는 “세 번을 반복해서 탐미해 점점 그 근원에 들어가니, 그제야 고구려 시조사를 바라보는 역사의 눈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자 도깨비, 허깨비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룩한 사적이고 신령한 이야기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명왕편’을 썼다는 것이다. 이규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이런 내용들을 빼놓은 것을 비평했다.




유학자의 눈에는 중국 개국군주들의 사적만 성인(聖人)의 사적이었는데, 고구려인의 눈으로 보자 동명왕의 이야기도 나라를 개창한 성인의 사적으로 보인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고조 본기’에서 한 고조 유방(劉邦)의 모친 유온(劉?)이 대택(大澤) 언덕에서 잠잘 때 꿈에 신을 만났고, 교룡(蛟龍)이 그 몸 위에 올라와 유방을 낳았으며, 적제(赤帝)의 아들이라고 썼다. 유방 부모의 신분이 낮은 것을 감추려 한 것이다.


또 유방이 있는 곳의 하늘에는 늘 운기(雲氣)가 서려 있었다는 등의 황탄한 이야기를 잔뜩 써 놓았지만 중국의 역대 주석가들은 그 의미를 분석하고 덧붙였지 황탄하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유독 우리나라 학자들만 자국사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깎아내리는데 그 근본 이유가 남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나라는 역사학자들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 국민들 사이의 괴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되었다. 때로는 중국인의 시각으로, 때로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본다.


모두 자국사를 환(幻)과 귀(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사적을 신화라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우리 사회가 중심이 없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체는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했지만 정신은 유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성(聖)과 신(神)의 역사관으로 나 자신을 찾을 때가 되었다.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아스카라스 18-01-10 20:29
 
무엇하나 토씨하나도 틀린 게 없는 글이네요
가난한서민 18-01-11 02:40
 
제목부터 잘 지었다 샹각했는데 높은 식견을 가진 교수님의 좋은 말씀입니다.
 
 
Total 16,45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453 [한국사] 북방 중국어 입성(ㄱ,ㄷ,ㅂ 받침)사라진 역사적 이유 열공화이팅 00:29 80
16452 [한국사] 백제의두글자 성씨(혹시일본의복성이백제성씨스타… (1) 사르트카 09-18 109
16451 [기타] 아이누언어와 만주족.몽골족.아이누족 이름들 사르트카 09-18 524
16450 [세계사] 아골타 정확한 여진어와 만주어 발음과여진족과만주… (2) 사르트카 09-18 453
16449 [기타] 신라 가야 백제 고구려 민족정체성 대해서 궁금합니… 뉴딩턴 09-18 389
16448 [한국사] 고조선 천부인 天符印 발견 소식 (12) 도배시러 09-18 893
16447 [한국사] 옛날kbs광개토대왕조연출이썼던사극갑옷글에대한 반… (2) 사르트카 09-18 445
16446 [기타] 회고 (1) 위구르 09-17 150
16445 [세계사] 명말청초 중원 한족 인구의 삭감 추정 (5) 위구르 09-17 428
16444 [중국] 뜬금 생각난 한족관련 사실 (6) 위구르 09-17 445
16443 [한국사] 하남 감일동 굴식 돌방무덤 52기 출토품·석실 얼개 … (2) 뉴딩턴 09-17 392
16442 [기타] 新중국(?)국가 2편 (4) 위구르 09-17 546
16441 [기타] 손흥민의 손씨가 중국성 인가요? 일본 연관성 ? (5) 조지아나 09-17 1209
16440 [한국사] 고려시대 가장 쇼킹한 입신을 한 유청신... (25) 슈프림 09-17 838
16439 [한국사] 고수님들 삼국사기 기록 증명하는듯이 신라 초기 사… (1) 뉴딩턴 09-16 392
16438 [한국사] 논란의 ㅐ발음 최종 정리 해봤습니다 (4) 징기슼 09-16 427
16437 [한국사] 외래 유입론들은 한반도 청동기 시대의 상한이 올라… 뉴딩턴 09-16 458
16436 [한국사] 낙랑군 패수의 위치와 사서조작 도배시러 09-16 272
16435 [한국사] 단모음화된 애와 에를 발음하던 사람들이 사회 전면… (9) 열공화이팅 09-14 709
16434 [한국사] 백제의 군 호칭 키미, 키시 (5) 호랭이해 09-14 1398
16433 [일본] 백제와 일본의 관계는 (4) 아스카라스 09-14 851
16432 [한국사] 한민족은 ㅐ와 ㅔ를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을까? (10) 징기슼 09-14 1339
16431 [한국사] 풍납토성 연대논란 (3) 뉴딩턴 09-13 1183
16430 [한국사] 백제와 일본간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 좀 알려주셨… (10) 뚜리뚜바 09-13 1072
16429 [기타] 가야 백제 귀족 왕족 의류 (9) 뉴딩턴 09-12 1662
16428 [한국사] 어떤 유투브 아이디 분이 신라 활약 허위사실 쓰는 … (15) 뉴딩턴 09-11 1175
16427 [기타] 고증안하는 역사 드라마 (10) 가난한서민 09-10 250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