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네티즌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결혼이주여성들 역시 한국인들의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학대당하고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례가 집중 부각됐지만, 대다수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몸 팔러 한국에 왔느냐"는 막말을 듣는가 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냉대받는 경우도 있다.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 A씨는 "자스민씨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선거 때라 화제가 됐을 뿐, 우리는 평소 늘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09년 결혼이주여성 11만64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만500명(34.8%)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 8년차로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 사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B씨(33)씨는 최근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가 던진 말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할머니는 "
여기(한국)에 와서 좋지? 너희 나라는 못사는데 여기 와서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여러 번 물었다. B씨는
"서구 결혼이주여성들은 무조건 좋게 보면서 동남아에서 왔다고 하면 무조건 '돈 때문에 왔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에 사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C씨(33)는 미용실에 갔다가 다른 손님이 하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나이가 지긋한 한국 여성은 C씨가 "중국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중국에 돈이 없어서 한국에 왔느냐"고 했다. C씨는 "중국에도 잘사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무조건 (나를) 무시한다"며 "한국인들은 돈 때문에 왔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몇 살이야? (남편) 나이 많지? 집은 전세야?' 그런 것만 물어본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상담하는 베트남 여성 D씨는 "상담해보면 '외국인이 애를 제대로 키우겠느냐'며 애를 못 키우게 해서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고, '열등한 사람 취급받아 너무 속상하다'고 하소연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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