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예맥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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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보는 병자호란 다음해인 정축년(1637)에 포로로 잡혀 온 사람들끼리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산해관 동쪽 천여 리에 걸쳐 논이라곤 없더니 홀로 이 땅에만 벼를 심고 있으며, 떡과 엿은 본국 조선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옛날에는 사신들이 오면 하인들이 사 먹는 술과 음식의 값을 혹 받지 않기도 하고, 부녀자들도 내외를 하지 않았으며, 어쩌다 고국의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기가 지나면서 이러한 인심이 달라졌다.
(중략)

매번 사행이 도착하면 술과 음식을 감추고 팔지 않으려 하고, 간절하게 요구해야 마지못해 팔긴 하지만 바가지를 씌우고 혹 값을 먼저 치르라고 한다. 이렇게 되자 말몰이꾼들도 반드시 온갖 꾀를 동원하여 사기를 치고 분풀이를 하니, 서로간에 상극이 되어 원한이 깊은 원수를 보듯 한다.
하인들은 이곳을 지날때 반드시 일제히 소리를 질러 욕을 하며,

"네놈들은 고려의 자손들로, 너희 할애비가 왔는데도 어찌하여 나와서 절을 하지 않는게냐?"
라고 하면 고려보의 사람들도 맞받아서 욕설을 퍼붓는다. 사정이 이렇건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리어 고려보의 풍속이 아주 나쁘다고만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열하일기 中-

왠지 오늘날의 한국과 조선족을 보는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