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대외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미관계 역시 기본적으로 사대외교임을 감안한다면 왕조시대의 그것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대외교란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수퍼파워 즉 헤게모니 국가에 의한 국제질서의 안정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퍼파워가 있을 때는 대국의 헤게모니에 기초한 국제질서 형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대외교'는 국익극대화에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 코오롱의 특허분쟁 예는 강대국의 자비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만약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수퍼파워에 대한 견제장치를 확보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한 외교적 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슈퍼파워 미국의 횡포에 대한 견제장치의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동북아 협조체제가 아닐까 싶네요.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근접성를 바탕으로 한중일 삼국이 일정수준의 협력관계를 형성해 두면 미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 정치적으로 한중일 삼국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유럽연합의 발전도 미국견제라는 국제정치적 동기가 많이 작용했죠). 물론 이 동북아 협조체제가 한미관계에 손상을 줄 정도로 과대발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일정 수준의 경제적, 정치적 협력의 틀을 발전시켜 두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동북아 협력체제 형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일본의 미흡한 과거사 반성이겠지요. 만일 일본이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공식화하고, 조어도(센카쿠) 문제 등에 대해 중국과 원만히 합의하는 등 삼국간의 영토분쟁을 해소시키고, 또 메이지 파시즘 시대의 여러 대외정책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다면 한중일 삼국 중심의 동북아 협력체제를 발전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노다의 근시안적이고 협애한 외교적 식견이 매우 아쉽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