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류의 3대 전염병 퇴치에 중요한 역할 기대 커요"
■ 크리스토프 벤 '글로벌 펀드' 대외협력국장 방한
"G8에 재정 70% 의존… 기금조성 국제 연대 필요
세계 13위 경제국 한국, 위상 걸맞은 기여 해 주길"
한국일보|이왕구기자|입력2013.04.22 21:11|수정2013.04.22 21:37
"의학이 발달했고 치료제도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앞으로 5~10년 안에 인류를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보건분야 국제기금인 '글로벌 펀드'의 크리스토프 벤(53) 대외협력국장은 22일 "3대 전염병의 극복은 현 세대에 맡겨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기금 유치를 위해 이날 방한한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규모로 세계 13위인 한국이 위상에 걸맞게 좀더 글로벌 펀드에 기여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은 2004년부터 글로벌 펀드의 기금조성에 동참해왔다. 첫 해 50만 달러를 보탰고, 2007년엔 4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규모를 늘렸지만 미국발 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 2010년 기금을 200만 달러로 줄였다. 이는 글로벌 펀드의 연 평균 조성 기금(34억4,000만 달러)의 0.2%에도 못미친다. "지금까지의 지원은 감사하지만 한국은 좀더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덴마크 벨기에 같은 나라들이 1,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내는 걸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국제적인 의료 연대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도 글로벌 펀드 기금 조성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제공
글로벌 펀드는 주요 선진국인 G8 국가들에 재정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체 기금의 70% 이상을 이들 국가가 부담한다. 벤 국장은 G8외 나라들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3대 전염병의 퇴치라는 역사적 업적을 달성하는 데 한국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비정부기구, 후원기업 모두 참여하는 반관반민 형태의 조직인 글로벌 펀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창궐로 한 해 6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전염병 퇴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던 2002년 만들어졌다. 기금 규모는 세계보건기구(WHO∙연 20억달러)나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연 3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이사 20명 중 기금수혜국의 환자단체 대표 3명이 이사를 맡고있는 점도 특이하다. 벤 국장은 "국제기구의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좀더 듣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의사결정 구조 덕분에 태국에서 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에이즈 퇴치사업을 벌이는 등 현장중심 행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인 그는 의대를 졸업한 후 "최빈국의 질병퇴치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에 1988년부터 탄자니아, 케냐,
보츠와나, 남아공,
러시아 등에서 진료활동을 펼쳤다. 비싸지도 않은 치료약과 모기장을 살 돈이 없어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국제적 의료연대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2년 글로벌펀드에 참여하게 됐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 국무총리실, 외교부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을 만난 뒤 23일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