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전환점. 과거를 탈피하고 다음 스텝으로>

11년에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로 가수 데뷔한 현역 아이돌 정은지. 데뷔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응답하라 1997"(12년 tvN)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어 강렬한 여배우 데뷔를 이루었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여배우로 인식하는 사람을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술꾼 도시 여자들에서 시원시원한 남자다운 여자이지만 과거에 트라우마를 지닌 강지구를 열연하여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여성으로 부터 멋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된 정은지. 착실하게 여배우로써의 커리어를 쌓아, "소녀"에서 "어른 여성"으로 새로 태어나게 되었다.

<존경하는 신원호 감독, 연기를 인정받아 감개무량>

Q: 술꾼 도시 여자들이 대호평이었습니다. 촬영은 어땠나요?

믕: 출연자 모두가 밝은 성격이라서 좋았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으니까 저 자신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친해졌어요. 어떤 장면이든 그저 난리법석치고 있는 기분이었고(웃음) 대화하면서 웃음이 나오면 나올수록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게다가 제 주위 사람들까지 재미있어 하니까 더 즐거워졌어요. "이 장면, 재미있겠다!"하는 생각으로 촬영한 장면을 시청자분들도 재미있어 해 주셔서 기뻤어요. 여러가지 의미로 행복한 현장이었습니다.

Q: 주위 사람들의 반응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믕: "응답하라 1997"에서 함께 했던 신원호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은지야, 정말 재미있다. 웃겨서 배꼽을 잡았어"라고. 그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도 물론 기쁘지만, 존경하는 분께 인정받아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Q: 에이핑크 멤버들의 반응은?

믕: 드라마 방영중에는 "강지구씨"라고 불렸어요(웃음) 모두들 바빠서 재미있는 장면만 골라서 본 모양이에요. 그야말로 찐친이죠(웃음)

Q: 드라마의 어떤 부분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을까요?

믕: 무엇보다 술 아닐까요. 한국에서는 술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술을 마시니까,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이 작품은 높은 텐션으로 마시는 장면이 많아서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진짜 술을 조금 마셨어요. 물론, 대사가 있을 때는 무알콜이었지만요. 보다 리얼한 장면이 만들어져서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요.

Q: SNS에 드라마 장면이 많이 올라왔던데요

믕: 그렇더라구요! 그런 걸 보면서 드라마가 정말 히트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가 "너 뭐하는 거니?"라면서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기도 하고(웃음). 팬분들도 "인기 동영상으로 술도녀가 올라왔어요"라는 메세지를 보내 주셨어요.

Q: 연기한 강지구의 첫인상은?

믕: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상당히 벽이 두터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남에 대한 말이나 행동이 거칠어 지는 거죠. 초반에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사실은 안심했어요(웃음) 이 작품 직전에 뮤지컬에 출연해서, 대사를 외우는 게 굉장히 스트레스였거든요. 하지만 점점 지구의 감정이 고조되어 가면서 대사도 많아지고 부담도 늘어갔습니다.

Q: 강지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요. 연기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믕: 지구랑 닮은 점을 찾으려고 먼저 저 자신이라는 인간을 천천히 고찰하기로 했어요.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 부분이라던가, 어두운 부분은 닮지 않았지만, 친구랑 술 마시는 태도는 저랑 닮았거든요. 그걸 연기에서 살려 나갔어요. 저도 친구를 과보호하기 보다는 강하게 키우는 편이라서(웃음) 친구들이 정말로 힘들때만 저를 찾거든요. 닮지 않은 부분은 감독님께 여쭈어 보면서 만들어 갔어요. 사실 이 작품은 "언터쳐블"(17년 JTBC)이후 오랫만에 나오는 드라마라서 연기에 굶주려 있기도 했고 아무튼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Q: 지구의 배경을 상상해서 그걸 글로 쓰기도 했다던데요

믕: 처음에 지구의 캐릭터 설정이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았거든요. 대본을 받아서 천천히 읽어보면서 비로소 왜 지구가 주위 사람들한테 반말을 쓰는지, 왜 퉁명스럽게 대하는 지 알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는 몰랐기 떄문에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글을 썼던 거에요.

Q: 종이접기 유튜버라는 역할인데요,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믕: 일단 연습을 엄청 했어요. 그러다보니 종이접기 유튜버라고 자칭해도 될 정도로(웃음) 종이접기의 "종이"정도는 되지 않았나? 하하하. A4용지로 총도 만들어 봤는데요. 잘 만들었어요. 이 작품이 저의 숨겨진 재능을 찾게 해 주었네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처음 도전한 흡연 장면, 부모님들의 반응이 걱정이었다>

Q: 담배에 욕설, 동성애 등 여러가지 도전을 하셨잖아요. 어렵지 않았나요?

믕: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저도 이제 (한국나이로) 서른이 되는 걸요(웃음). 단지 현역 아이돌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었어요. 스탭분들까지도 제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상상이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할 때는 금연초를 사용했는데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구요. 쑥뜸 맛이 나던데요(웃음)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부모님의 반응이었어요. 놀라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복잡한 기분으로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나중에 남동생한테 들었는데 식사중에 흡연 장면이 나와서 순간 수저가 멈췄다고 하더라구요.

Q: 한선화 씨가 연기하신 한지연과의 싸움 장면이 대단했는데요

믕: 촬영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욕을 했는데요. 오히려 그게 속시원했어요. 저도 선화 언니도 목소리가 커서 울리니까 덕분에 더 감정이 고조되었던 것 같아요. 촬영중에는 정말 화가 났었는데요, 컷 소리가 들리니까 곧 바로 웃어버렸어요(웃음) 사실은 욕보다도 지연이가 "니네 엄마는 무슨 죄를 지어서 너같은 자식때문에 이러고 사시는지 불쌍해서 그런다"라고 하니까 "그럼 니가 가져가서 니네 엄마 해"라고 받아치는 장면에 더 신경을 썼어요. 19세 이상 시청가라서 다름 작품들에 비해서 상당히 마음이 가벼웠어요.

Q: 욕하는 장면도 삐 소리 없이 방송되어서 통쾌했습니다

믕: 그렇죠. 많은 분들이 통쾌하다고 좋아해 주셨어요. "이렇게 싸울 때 있잖아?"하면서 공감해 주셨어요. TV에서 방영되는 게 아니고 인터넷으로 나가는 거라 가능했던 거에요. 그 부분이 이 작품 최고의 전략이었어요. 덕분에 싸움 장면도 살아난 것 같아요.

Q: 애드립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믕: 대사에 없는데 욕한 장면이 있어요. 이선빈 씨가 연기하는 안소희가 일하는 방송국 인턴 소현(이수민)이랑 술먹기 대결을 하는 장면. 거기서 욕을 했던 건 제 애드립이었어요. 그 상황에서 지구라면 험한 말을 했을 것 같아 애드립을 했는데, 감독님이 "방금 진짜로 욕한 거야?"라면서 놀라셨어요(웃음)

Q: 은지 씨의 오랜 팬분들도 위화감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지구 역할에 싱크로 율이 높았는데요

믕: 팬분들이랑 교류하는 어플이 있는데요. 거기에 가끔 "언니 무서워요"라는 메세지가 오기도 하는데, 다행히 지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셨어요. 평소의 제 이미지랑 다른데 어떻게 받아들여 주시는 걸까 생각해 봤는데 지구랑 저를 따로따로 봐 주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고마웠어요.

Q: 교사였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밝혀지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믕: 그 장면은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싶었어요. 이 에피소드를 보면 왜 지구가 사람들이랑 제대로 교류를 하지 못하는 지, 험한 말을 하는 건지, 그 의문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이 나가고, 다행히 여러분들이 받아들여 주셔서, 지구를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Q: 지구를 응원하는 의견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믕: "나라도 저랬을 것 같아"라는 일종의 공감 아니면 양심(웃음)?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주연 삼인방은 평소에 오랫동안 함께 있어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Q: 이선빈 씨, 한선화 씨와의 공연은 어땠나요

믕: 두 분은 저보다 훨씬 먼저 대본을 받았기 때문에,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역할이 만들어져 있어서 저는 굉장히 편했어요. 팬 입장에서 보기만 했던 연기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두근두근거리면서도 즐거웠어요. 촬영이 끝날 때 쯤엔 선빈 씨 집에서 작은 뒷풀이를 했어요. 셋이서 촬영하는 게 일상이 되어서, 오랫동안 먹고 마시고 해도 전혀 지치지가 않아요.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Q: 두 분에 대해서 조금 가르쳐 주세요

믕: 선화 언니는 텐션이 높은 지연이를 연기한다고 고생했어요. 하지만 저는 언니의 연기를 보는 게 행복했어요. 연기도 잘하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애드립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뭐든지 참고 견디는 소희는 저한테는 눈물 스위치였어요. 선빈 씨는 정말 연기를 잘해서, 지구는 울어서는 안되는 장면인데 선빈 씨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서 NG가 난 적도 많았어요.

Q: 세 분 중에서 은지 씨가 제일 술이 세다던데

믕: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 적은 없는데. 선빈 씨랑 선화 언니가 취한 걸 본 적이 없어요. 두 분 다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거든요. 촬영중에도 두 분은 맥주 한잔에 얼굴이 빨개지는데 제가 그렇지 않으니까 분장으로 빨갛게 칠했어요.

Q: 평소의 주량은?

믕: 컨디션에 따라 다른 것 갈아요. 괜찮을 때는 소주 한병 반 정도 마시는데요, 그렇지 않을 때는 맥주 한병도 힘들어요. 그리고 술 마실 때는 안주를 많이 시켜요. 마실 때 많이 먹는 편이에요. 평소에 먹는 양을 조절해서 참고 있으니까 술 마실 때는 식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가 봐요. 술값보다 안주값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Q: 술은 주로 어떤 때 마시나요?

믕: 할 이야기가 있을 때 마셔요. 술 마시면 진심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누군가랑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 술을 마셔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실수할 것 같아서 술을 피하는 편이에요.

Q: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믕: 황태포를 좋아해요. 고추장에 마요네즈랑 간장을 섞어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드라마에서 먹었던 것 중에는 알탕. 조리팀이 굉장히 솜씨가 좋으세요. 드라마에 나오는 안주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에요.

Q: 시즌 2에서는 어떤 전개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믕: 볼품없는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지구가 누군가에게 안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은지 씨에게 술꾼 도시 여자들이란?

믕: 지구는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연기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구를 연기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의 촬영을 마치고, 이전까지는 그저 고민만 하고 있었던 일도 지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정말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여러가지 의미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시면 어떤가요

믕: 팬분들이 올려주신 영상을 자주 보는데요, 스스로 열심히 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잘 버텨낸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요(웃음) 인터뷰에서 가끔 "전환점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던지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술도녀의 지구랑 시원이가 비교받게 되었어요. 시청자분들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된 것 같아 아주 기쁩니다. 열심히 해 왔기 때문에 지구랑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1년 후면 30대가 되는데요, 목표는 있나요

믕: 경험의 폭을 더 넓혀보고 싶네요. 깊이가 생기면 노래나 연기에서도 달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겠죠.

♣ 에이핑크는 ♡ 사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