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FA 선수들의 몸값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 끝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KBO는 우선 급한대로 FA 원구단 우선협상을 폐지하여 FA 거품 경쟁을 떨어뜨려 보겠다는 복안인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외부 FA는 영입하지 않던 두산이 장원준을 영입하여 우승하면서 대형 FA들의 몸값은 앞으로 더 올라갈 추세입니다. 한국프로야구 FA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일본프로야구를 보면 더 잘 나타납니다. 지난 2014년 통산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지바 롯데 마린스의 좌완 에이스 나루세 요시히사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FA계약을 하면서 받은 금액은 3년에 6억엔(약65억)이었습니다. 장원준이 두산과 84억에 계약했으니깐 한·일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력 차이를 감안했을 때 KBO리그 FA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KBO리그도 FA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할 때입니다. FA거품을 줄이기 위해서 원구단 우선협상 폐지로는 부족합니다. 탬퍼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실효도 없는 형식적인 제도를 실행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일본의 FA제도를 도입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프로야구처럼 선수 연봉 순서대로 등급을 매겨 팀내 연봉서열 5위까지는 A등급, 6위~10위까지는 B등급으로 정해 타구단이 A등급을 영입할 시에는 보상선수 로스터를 20인이 아니라 10인으로 한정시켜 쉽게 영입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영입경쟁에 뛰어들어 자동으로 몸값이 올라가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FA영입 시 보상금액도 지금보다 더 올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례로 한화 김태균의 경우 연봉이 15억으로 워낙 높다보니 타구단에서 보상금액을 두려워해 쉽게 영입하지 못한 것도 좋은 본보기입니다.
지금의 FA제도는 부익부빈익빈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팀내 연봉 1순위와 연봉 20위 선수를 FA영입할 경우 둘다 똑같이 보상선수 20인 로스터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매우 어긋납니다. 연봉 20위권 밖의 선수들은 보상조건을 완화해야 하고, 팀내 연봉 서열에 따라서 등급을 매겨 FA룰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최소한 일본과 같이 선수자원이 풍부해서 굳이 FA를 영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시기까지는 이 룰을 적용해야 합니다. 아니면 FA의 몸값이 실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급이 너무 적어서 값이 치솟는 악순환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