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즌이 막판을 향해 치달리며 포스트 시즌을 향한 팀들의 스퍼트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와일드카드로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오승환의 시즌은 마치 들에서 영그는 벼와 같이 갈수록 여물어가고 있다. 그의 기록은 메이저 리그 역대 불펜 투수급으로 꼽힐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오승환의 이런 현재를 살펴 보았다. 1913년 이후 불펜 투수로 60경기 이상 출장하고 우완 투수로 평균 자책점이 1.90이하 그리고 승률이 5할 이상이 되는 경우는 불과 20번에 불과하다. 수치상 5년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것이다. 위의 조건을 충족시킨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의 페르난도 로드니가 지난 2012년 탐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세운 기록으로 0.60에 불과하다. 현재 오승환은 1.88을 기록하며 18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조금 더 투수의 구위와 컨트롤 그리고 안정적으로 타자들을 잡아내는지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안정성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피안타율은 .170에 불과하여 당당 4위에 올라있다. 피출루률 성적 역시 좋다. .229의 성적으로 5위에 올라있다. 피장타율은 .242로 로드니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피OPS 또한 .471로 역시 로드니에게만 뒤쳐질 뿐이다. 본인이 던진 구장 팩터가 감안된 피OPS+는 30(100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좋다)을 기록하며 3위를 기록중이다.

그리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치도 있다. 바로 투수로서 수비의 도움을 배제한, 즉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타자를 잡아내는 수치로 활용하는 FIP(수비 독립 투구)에서는 1.89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올라있는 것이다.

위의 조건에 부합하는 20명 중에는 전설적인 선수들의 포함되어 있다. 3승3패 44세이브와 1.76의 성적을 거둔 99년의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는 이 해 말고도 2006년과 2010년에도 쉽지 않은 조건을 만족시키며 3번이나 포함되어 역대 최다 세이브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힐만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성기의 조나단 파펠본도 2009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이런 조건을 성공시켰다. 2010년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프랜차이즈를 이동한 후 처음으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 브라이언 윌슨도 이 제한된 영광의 주인공 중 한명이다. 196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무리였던 호이트 윌헬름도 2번 이 명단에 포함된 주인공이다.

현재까지 오승환은 고전적인 기록에서도 메이저 리그의 마무리 투수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마무리 투수들이 9회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하며 아슬아슬하게 세이브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일단 타자를 압도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일단 9이닝당 안타 허용은 5.5개에 그치고 있다. 선발 투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삼진율도 9이닝당 12.13개로 올시즌 불펜 투수 중 14위에 올라있다. 반면 9이닝당 볼넷 허용은 2.17개에 불과하다. 피홈런은 0.43개이다. 결국 안타는 적게 맞고 그나마 장타 허용조차 많지 않다. 볼넷을 적게 주고 삼진은 많이 잡는다. 당연히 편하게 볼 수 있는 마무리 투수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대체 선수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WAR에서 2.2를 기록하며 양키스의 델린 베탄시스의 2.7, 다저스의 켄리 젠슨의 2.4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것이다. 올시즌 37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린 볼티모어의 자크 브리튼이 1.8인 것을 감안하면 오승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구위상으로도 그의 가치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그의 빠른 볼의 가치는 11.7이 나오며 메이저 리그 불펜 투수 중 7위에 올라있다. 그보다 이 가치에서 앞서는 선수는 명품 커터의 젠슨, 105마일의 사나이 아롤디스 채프맨과 99마일 싱커를 구사하는 브리튼등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통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볼과 어우러진 무기 슬라이더의 가치는 8.4로 평가되며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키스의 베탄시스, 휴스턴의 켄 자일스, 탐파베이의 알렉스 콜로메등이 그보다 앞서 있는 정도이다.

여기서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여느 해와 다르게 부상과 부진으로 불안한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오승환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