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미니스트 말은 사실입니다. 밤문화 유흥 관련 게시판에는 여자 꼬시고 술먹이고 따먹는 방법이 공유되고, 여러 음란물 공유 사이트와 웹하드에 조금만 검색해도 각종 몰카들이 판을 치죠. 이건 결코 극소수 사례가 아니에요. 몇몇 여자분들은 공중 화장실 갈 때 몰카 있나 탐지기부터 돌린다 하고요. 워터파크 사건 이후론 수영장이나 목욕탕에서도 마음을 못놓는다고 합니다. 요새 스마트폰 방수 기능 강화되서 목욕탕에서 폰 만지는 여자들 많은데 그 중에 남자한테 돈 받고 도촬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합니까.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의 십중팔구도 여성이 피해자입니다. 언어폭력은 일상화됐고 성희롱도 남자들이 짐작하는 이상으로 빈번하고요. 남자들이 이런 일상에 노출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저라면 아마 미쳐버릴 거 같은데요
그런데도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터파크 사건 경우도 포털 댓글을 보면 같은 남자로써 저런 놈 이해 안된다는 식의 댓글 많지만 실제 공유 사이트 가면 그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서로 구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김치녀, 김여사 하면서 여자들 까는 건 인터넷 좀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이고요. 바로 이런 곳에서도 남자들이 경각심을 발휘하고 자발적인 비판이나 신고가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여성들이 미러링 투쟁을 하는 겁니다.
이전까진 아무리 문제 제기하고 뉴스에 비판적으로 보도돼도 그저 혀만 차면서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남자들이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것에 그쳤는데 여성들이 그 행동을 반사해 보여주니 이제야 남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해요. 진보인사들의 메갈 옹호에 충격 받으면서 어떻게 이딴 것들을 감싸냐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고요. 이제야 여자들이 체감하는 공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징후가 보이는데 이런 효과적 방법을 어떻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냉정하게 생각해 봐요. 스스로 일베나 메갈 따위와 달리 양식있는 사람임을 자부하고 싶다면 메갈 일부에서 다소 과격한 행동이 나왔다고 그걸 지탄하기 전에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훨씬 광범하게 일어나는' 현실의 폭력부터 심각하게 봤어야 정상입니다. 저도 뒤늦게서야 이런 생각을 해보는 사람 중 하나에요. 어째서 지금까진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걸까.. 그건 제가 굴절된 시각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남자를 범죄자 취급하거나 비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남자가 더 살기 힘드냐, 여자가 더 힘드냐 문제도 아닙니다. 정확히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그리고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가하는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달라는 항변입니다. 여자들은 이런 짓을 재미로 하지 못합니다. 저도 막갤, 코갤, 일베 다 구경해 봤는데 이런 막장코드는 남자들에게도 재미가 없고요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이들을 움직이는 동인은 재미가 아니라 분노입니다. 데이트 비용에 민감해 하는 그 예민한 감성으로 여자들 입장을 한 번 이해하려고 해보십시오.
전 이 문제에 거의 무관심하다 며칠 전에서야 기사쪼가리 몇 개 읽은 수준입니다. (제가 이 문제에 꾸준히 관심 가졌다면 위 예시보다 훨씬 많은 예들을 열거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도 조금만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 공포심이 이해가 가던데 여러분들은 정말 이해가 안가요? 여기서는 진보논객들을 향해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거야말로 완벽하게 메갈에만 거품무는 남성 네티즌들에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메갈이 훨씬 눈에 가시처럼 느껴진다면 답이 없는 겁니다. 메갈 투쟁의 정당성만 더 부여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