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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딸 OO아. 제발 예쁜 얼굴로 만나자꾸나. 엄마는 너무 힘들어. 언능 얼굴을 보여줘.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오늘은 꼭 엄마 보러와
줘. 미안하고, 사랑한다.'
팽목항 가족지원상황실 앞 게시판에 담긴 실종자 어머니의 바람은 노란색 종이에 적혀
있다.
바다로 향하는 방파제에 매달린 연등은 노란색이다. 자원봉사자들이 걸친 조끼 태반은 노란색이다. 목사, 승려, 수녀도 노란
리본을 단다. 바다 건너왔다는 영국신사의 왼편 가슴에도 어김없이 노란 리본이 자리한다.
하다못해 한 남자 아이돌그룹도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채 팽목항 선착장에서 바다를 향해 108배를 올리고 헌정곡까지 부른다.
무사귀환의 희망보다는 안타까운 추모의 의미가
더 짙어졌지만 노랑은 이제 이 땅에 닥친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부끄러움을 상징하는 색이 됐다.
눈물마저 메마른 가족들을 대신해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추모객들이 대신 "미안하다"며 눈물을 뿌리고 있다. 노랑은 이들에게 공통의 색이다.
노랑에서 정치색을 찾으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시체팔이'라는 보수진영의 극언이 이 와중에 나왔다. 여당 중진 중 일부는 노란리본 달기를 거절하고 회의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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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강요되어선 안 된다. 동감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일 게다.
세월호 침몰 20일째를 맞은 5일은 어린이날이다. 이날
오전에만 11구의 희생자가 수습됐다. 아직까지 수십 명의 아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노랑에서 색깔론을 뽑아내는 일
따위는 이제는 그만 두라. 우리 모두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한 한패다. 노랑은 동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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