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류의 친구라구요? 교감능력이 특히 뛰어나서 먹으면 안돼요?
세상에 이런일이 보면 오리를 새끼때부터 애지중지 키운 할아버지 나오는데, 오리가 주인 말도 다 알아듣고, 주인 안 보이면 구슬피 울고... 웬만한 애완견 뺨치는 '교감'을 그 할아버지와 하더군요.
그러면 그 할아버지 입장에서 오리고기에 거부감이 들 수 있을까요? 당연히 들 수 있죠. 그 할아버지가 오리고기를 먹지 않기로 다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먹지 않기로 할 수 있죠. 그런데, 오리는 교감능력이 뛰어난 친구 같은 존재이니 세상 사람들 오리고기 절대 먹으면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럴 권리는 없겠죠. 오리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그 할아버지 애완 오리를 잡아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리고기 섭취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70억 인류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세계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오리 = 인류의 친구니 교감의 대상이니 하는 게 세상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그 할아버지 같은 일부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개 키우는 입장에서 개고기에 거부감이 들 수 있고, 먹지 않을 수 있지요. 저도 5년째 슈나우저 한 마리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거부감 들고, 안 먹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너네 어떻게 인류의 친구인 개를 잡아먹어? 먹지 마! 라고 말할 권리가 있을까요? 없죠. 개고기 드시는 분들이 제 애완견 잡아다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옛날에야 이런 일이 많았다지만, 이건 범죄의 영역이죠), 개고기 섭취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70억 인류가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세계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인류의 친구니 교감의 대상이니 하는 게 세상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위의 오리처럼 일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지만, 개가 애완동물로서 많이 보급되어 있고, 애완동물로 기르기도 편한 동물이라 그러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많을 뿐이죠. 설마 이 문제에서 다수가 곧 정의라고 진심으로 주장하시는 분은 없겠죠?
한 술 더 떠서 인류의 친구 드립이 아니라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같은 논조로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개고기 섭취는 현대의 주류문화인 서구문화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긴 해도 결국 식문화의 한 갈래일 뿐입니다. 인권을 말살한다거나, 타인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거나 하는 게 아닌 근본적으로 하등의 윤리적 문제가 없는 단순한 생활 양태의 일종에 불과한, '주류문화에 의해 이해받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고유의 생활양식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대상, 즉 문화 상대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이죠.
...도대체 이게 논쟁거리나 될 일인가요? 개고기 먹는 게 무슨 공해쯤 된답니까? 개고기 섭취가 그 자체로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나요? 개고기 씹을 때마다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기라도 하나요? 자기가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될 일이지, 인류의 친구니 세계가 욕하니 하면서 어떻게든 남들도 안 먹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참 희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