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후 미일 동맹강화로 세계지배전략을 수정하려는 미국.
우경화한 일본의 집권세력은 미국의 개헌 요구에 부응, ‘천황 원수론’과 집단자위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55년 체제 이래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질주해 온 개헌파의 결실은 이제 멀지 않은 것일까.
호헌세력이던 사민당이 완전히 몰락한 것이 그 일차적 원인이다. 게다가 개헌에 반대하던 많은 시민들이, 장기 불황과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인한 상대적 좌절과 북한위협론 등으로 인해 개헌파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개헌파는 누구인가? 9·17(북·일 공동 수교 선언) 납치 쇼크 이래 대북제재론으로 급부상한 40-50대 네오 리얼리스트들이 바로 개헌론자들이다. 이들의 주요한 특성이 세습 의원이라는 것.
그 대표 주자가 포스트 고이즈미로 손꼽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는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천황 숭배론자다. 그의 개헌에 대한 주장은 자민당 보수 우파의 태두인 외할아버지 기시 전 수상의 ‘헌법조사회’로 소급된다. 기시는 전시 도조 내각 상공상 출신 전범으로 친미 복고주의적 개헌파의 원조다. 세습의원들에게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라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요구는 아닐까.
지난 5, 60년대의 개헌 운동과 판이한 건 바로 경단련의 주도적 역할이다.
전후 최초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가 되고자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나라의 개혁을 향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자고 선언했다.
이들에게 개헌은, 또한 무기수출3원칙을 폐기하는 전제로써 90년대의‘불황10년’을 극복하는 유력한 탈출구다. 미국과의 MD공동개발을 계기로 세계첨단의 민수용 기술을 군사화함으로써 세계무기시장의 본격 진출을 노린다.
그러나 ‘9조의 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나 미키수상 부인 미키 무츠코여사는 자식들을 전쟁터에 동원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개헌에 반대한다.
전국에 1,500 여개에 이르는 ‘9조 연합회’는 전후 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목표로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따른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반대한다.
헌법 제9조를 둘러 싼 투쟁의 본질과 그 핵심 인물들의 성격을 규명함으로써 일본의 현재와 천황제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헌법 제9조의 미래는 동아시아의 안전과 평화의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다.
* 주요 취재 내용
- 오에 겐자부로, 미키 무츠코 등 헌법 9조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
- 나카소네 야스히로, 아베 신조 등 개헌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동향
-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니시노 루미코 밀착취재
- 이와쿠니와 사세보 기지. 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현장을 취재
- 동경 여성 전범 국제법정 관련, NHK 파문에 대한 정치적 외압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