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 입장에서
별로 큰 시장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 M&A를 하지는 않을 걸로 본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ECU(전자제어장치),
TCU(변속기제어장치) 등을 필요로 할 수는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해서 회사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해 삼성전자 등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비메모리든 메모리든 다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캐파를 늘릴 수도 없다. 그래서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앞으로 몇년간 실적이 굉장히 좋을 거다. 메모리 반도체 만드는 회사 3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수요에 따라 이익이 확 늘어나느냐, 못 늘어나느냐, 그 차이다. 견조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하고 나선 게 5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다. 내재화가 국가적 전략이지만 쉽지 않다. 삼성 사람들 데려가려고 애를 써도 쉽게 안 된다. 과거에는 진대제 한 명만 데리고
가면 다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명 데리고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렵게 데리고 왔는데 이거밖에
못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중국이 결국 따라오긴 하겠지만, 시간이 걸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어떤가. 1위 TSMC와 삼성전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다 만드는 회사이다보니 애플 같은 경쟁사가 물량을 삼성 파운드리에 다 줄 수는 없다.
삼성이 파운드리로 1등을 하기는 쉽지 않고, 1등을 할 필요도 없다. 삼성은 종합 반도체 회사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다 합쳐서
1등 하면 된다. 지금 삼성이 잘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
파운드리 혼자서는 힘이 약하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을 투자할 수 있지만, 삼성 파운드리 혼자 그렇게 못 한다. 지금처럼
종합적으로 힘을 갖고 있는 게 훨씬 낫다. 삼성전자가 건재한 것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는
인력 양성을 해줘야 한다. 반도체 분야의 제일 큰 문제는 대학 관련 학과에 학생들이 가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를 가르칠 사람도
없다. 이런 현상이 30년 전부터 계속 되고 있다. 스캐너 장비 한 대가 4000만달러다. 회사도 구입하기 어려운데, 학교에서는
실습이 불가능하다. 설계밖에 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칩을 만들어보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산업 현장과 괴리가 너무 크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신경써야 한다.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 “삼성전자와 라이벌 TSMC, 전략 달라”
메모리 반도체 16메가 디(D)램 세계 첫 개발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진대제(69)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나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 본다”고 말했다.
“기업에 위기라는 건 성장이 멈추거나, 갑자기 적자가 났다거나, 투자할 돈이 없다거나 한 상황을 말하는 것 아닌가. 반도체 분야에서 그런 일이 있는가? 공급 과잉이라 값이 떨어진 상황인가? 대체로 공급 부족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자란다고 난리 아닌가. 중국이 5~6년 전(2015년) ‘반도체 굴기’라며 (한화로) 300조원가량을 집어넣어 삼성을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떤가. 목표에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
진 회장은 “다만,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위험 요소를 안고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속한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가 전략 산업이라고 생각해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한쪽으로 끌려가는 데 따른 약간의 리스크, 위험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그걸 갖고 위기다? 오히려 ‘귀하신 몸’ 아닌가. 미국이 나서 투자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진 회장은 “중국이 ‘2025년까지 제조업 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그중 하나로 반도체 70%가량을 중국 내재화한다고 한 게 미국의 본격 견제를 불러왔다”며 “돌이켜보면 좀 성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다른 나라 제조업은 다 멈추라는 것이며, 미국을 제치고 1등 되겠다는 얘기다. ‘일대일로’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중국이)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겠지만 반도체만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기술자들을 상당히 많이 데려갔는데, 잘 안됐다. 삼성의 독과점적 기술이 세고, 기술 유출을 단속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의 견제는 더 심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때는 관세를 매기는 단순 전략이었다. 바이든은 반도체 공급을 조이고, 인권 문제로도 압박하는 식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훨씬 무섭다.”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에 크게 뒤지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위기론에 대한 견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합쳐 70%(세계 시장점유율)를 넘는다. 메모리 분야가 반도체 전체에서 3분의 1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가 그 정도 먹고 있는 거다.
티에스엠시는 위탁생산만 하고 자기 브랜드가 없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60%가량 차지한다. 그걸 우리가 뺏어온다? 만일 파운드리 시장에서 반 정도를 뺏어온다고 해보자. 그거 괜찮을까? 미국이나 중국이 가만둘까? 현재 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혼자서 10~20% 차지한다. 메모리 분야에선 딴 데서 흉내도 못 낼 정도다.
티에스엠시는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에서 필요로 하는 걸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게 흔들리면 미국 입장에선 큰일이다. 대만 공장이 미사일 한 방 먹거나 해서 공장 멈추면 어떻게 되겠나.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도록 할 수밖에 없다.”
― 삼성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메모리, 시스템(비메모리) 다 합쳐 1등(매출)을 할 소지는 충분하다. 시스템 분야에서도 1위를 한다는 건 무리수다. 삼성은 (시스템 분야에서) 자기가 쓸 것도 자기가 만든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삼성이 만들고 있다. 이 점에선 퀄컴, 엔비디아와 경쟁 관계다. 자기 것, 남의 것 다 생산하는 방식이라 시스템 분야에선 이행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 같은 데서 삼성에 생산을 해달라고 의뢰할 때 신경 쓰이지 않을까? (설계의) 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삼성이 부문별로 완전히 분리된 회사가 되지 않고는 파운드리 분야를 너무 키우긴 한계가 있다. 티에스엠시의 절반 정도까지 갈 순 있지만 그걸 누르고 간다? 내 보기엔 그건 무리다.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진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때문에 삼성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등은 몇 년 내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통틀어 1등은 인텔이다. 삼성보다 10%가량 크다. 삼성이 2016년인가, 17년에 순간적으로 1등 한 적은 있다. 메모리 시장 1000억달러 중 우리나라가 700억달러를 차지하고, 그중 70%가량이 삼성전자 몫이다.”
―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지금까지 20~30년 동안 반도체 정책, 전략 온갖 종류 있었는데 이번에 제일 잘 만들었다고 본다. 소재·부품, 패키징(제조된 반도체의 훼손을 막게 포장하고, 반도체 회로의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하는 후공정)까지 폭넓게 커버하고(다루고) 있으며, 잘 이해하고 만든 방안이라 본다. 팹리스(설계전문), 파운드리 고루 발전시키는 포괄적인 정책이다. 그림 상으로는 잘 만들어졌다. 다음 정부에서 잘 이어가야 하겠지.”
―2년 전 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처도 반도체와 직결된 사안이었는데.
“3종 세트 수출 중지라며, 그때 호들갑 떨고 난리였지만, 일본이 괜히 (한국을) 건드려 머쓱해진 거지. 일본이 파워게임 해본 건데, 거기까지 안 갔어야 한다.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넘어왔지만) 요소요소에 (위험성) 숨겨져 있다. 3종 세트만 있는 게 아니니까. 일본에 100% 의존하는 소재·부품 더 있을 거다. 외교 마찰로 국제 분업, 협력 관계 깨지는 일은 안 일어나는 게 좋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8172.html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31686628979712&mediaCodeNo=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