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첨부한 기사에서 일본 반도체 임원이 걱정하던 그대로 현재 일본 반도체의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함. 바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모두 경쟁자들의 압도적인 자본력에 밀려 압살당하는 시나리오 말이지.
우선 메모리 반도체, 특히 낸드만 해도 삼전발 치킨게임에 키옥시아가 말라 죽어가고 있음. 디램에서 엘피다 파산하던 때와 상황이 아주 비슷함. 올해 다른 모든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CAPEX를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이는데도 삼전만 CAPEX를 그대로 유지함. 그 CAPEX는 미래기술 투자와 낸드 설비투자에 주로 집중됨. 반도체에서 십 수조 원 적자를 내는데도 삼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CAPEX를 투자할 수 있는 이유가 기사에서도 언급한 막대한 이익잉여금임. 이런 상황에서 디램이 있는 하닉과 마이크론과 달리 키옥시아는 삼전의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치킨게임을 막아낼 여력이 전혀 없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0이라고 생각됨. 또 어차피 YMTC가 굴기하면 가장 먼저 잡아먹힐 약한 고리가 바로 키옥시아라서 YMTC가 정신 못 차리는 지금 이번 기회에 그 약한 고리를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만 함.
파운드리도 상황은 비슷함. 이번에 칩스 법에서 미국이 설비투자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는 금액이 390억 불(약 50조 원)임. 그런데 이 정도 규모도 돈지랄 끝판왕인 반도체 산업에서는 별 것 아닌 푼돈임. 예컨대 TSMC와 삼성전자의 한 해 CAPEX가 둘 다 50조 원에 육박하거든. 그래서 크리스 밀러 교수도 신규 FAB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0억~250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에 (390억 달러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고 한 것임.
이는 무엇을 의미하냐면 천하의 천조국이라도 정부 주도로 반도체 제조업을 육성해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임. 천조국이 각잡고 지원해 주는 50조 원의 거액도 앞서 말했듯 반도체 산업에서는 푼돈이기 때문임.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지원(특히 보조금)은 기업들의 활동을 촉진하는 촉매제로서의 기능만 가능할 뿐,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에서 갑자기 세계 유수의 반도체 제조업 기업을 창출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그건 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면서 공산당 독재로 국가 전체의 역량을 한 분야에 억지로 쏟아 넣을 수 있는 중국만 겨우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그렇게 보면 일본은 특히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제대로 된 회사가 아예 없음. 라피더스? 꼴랑 10년 동안 50조 원 투자하겠다는 그 회사? 업계 선두 기업들은 1년에 50조 원씩 투자하는데 업계 후발주자가 꼴랑 저 정도? 그리고 일본 정부가 돈이 많아봤자 미국이나 중국 정부보다 많나? 미국도 까놓고 말해서 칩스 법 보조금 50조 원을 싹 다 인텔에 몰빵해야 그나마 파운드리에서 답이 좀 나올 것 같은데? 또 정부 주도 조별 과제식 회사가 성공한 케이스가 있나? 일본아 또 속냐?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한국 기업들, 특히 삼전의 상황은 일본과 전혀 다름. 이미 반도체 산업에서의 지위가 매우 탄탄할 뿐더러 오너 경영에 따른 강력한 리더십과 막대한 자본력이라는 아주 큰 무기가 있음. 예컨대 이번에 발표한 300조 원 규모의 용인 신규캠퍼스도 칩스 법으로 TSMC가 큰 타격을 받으면 그 기회에 파운드리에서도 치고 나가겠다는 삼전의 강한 의지와, 또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함. 장기적으로 하닉까지 합쳐서 경기 남부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20년 간 1200조 원 이상이 투자될 텐데 일본은 이런 결단력과 특히 자본력이 동원 가능할까? 까놓고 말해서 라피더스가 쥐어 짜낸 10년 50조 원이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 능력의 한계일걸?
또 자꾸 TSMC가 일본에 짓는 공장이 대단한 것인 양 의미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단공정 FAB도 전혀 아닐 뿐더러 1~2공장 다 합쳐서 10년 20조 원 짜리 좆밥 FAB이야. 참고로 평택 P3 하나만 해도 40조 원짜리 메가 FAB이야. 진짜 별 의미 없어.
결론적으로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능력임.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 TSMC가 미국에 대가리가 작살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 반도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일본 반도체는 그럴 능력도, 기술력도, 돈도 전부 다 없다고 생각함. 일본 반도체는 칩메이커로서 부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이미 진작에 놓쳤음. 오히려 딱 하나 남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마저도 파산해서 미국 마이크론에 팔려가던가 하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일본 반도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님. 일본 소부장은 클라스 ㅇㅈ해야지. 따라서 일본 반도체는 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협력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소부장 셔틀을 하는 게 가장 올바른 방안이 아닌가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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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p War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 :
A:"과거 일본의 반도체 업계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1980년대 일본 기업은 세계의 DRAM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순이익보다 시장 점유율에 집중한 결과였다.그러나 일본 기업은(돈을 벌 수 없이)메모리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서(비 메모리)으로 전환하지 못 했다.그 시기에 미국이 대일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인 수출 제한 등으로 압박했지만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쇠퇴하는 데 미국이 하던 역할은 크지 않았다.그러나 80년대 일본 기업이 체험한 것은 앞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짐작케 하기".
Q:80년대 일본이 중국의 미래라는 말인가.
A:"최근까지 중국의 반도체 회사가 정부보조금등을 받아 생산 능력을 크게 키웠다.일본의NEC등이 80년대에 수익성을 생각 없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점유율을 높이려 한 것처럼 말이다.중국이 생산 능력을 키울 뿐으로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