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어두컴컴한 서재 안, 검고 두터운 바바리코트에 아주 큰 챙을 가진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장갑을 낀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촛불 하나에 의지하여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이 누군가를 이제부터 X라고 하겟다
'친애하는 억겹의 친구 아키에게
혼돈의 대륙에서 그간 몸은 편안 하셧는지?
인사 차 글을 올리니 재밋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이번에 저희 마을에서 열리는 와이번 축제가 무척 재밋다더군요
저희 마을에도 한번쯤은 찾아와서 꼭들려주시길...
음..또 그리고 루이딘에서 어떤 인간이 재밋는 장난을 쳣다군요 전 바빠서 가볼 시간이 없던데
조만간 나오시면 한번 들려서 무슨 일인지 봐주시고 다음에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그리고...'
X는 몇장에 걸쳐 계속되는 대륙의 여러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적어갔다
마치 편지를 받을 아키라는 사람은 지금 당장 세상을 마음 껏 다닐 수 없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길게...밥에 뜸을 들이듯, 마치 과일이 가장 맛있을 때 까지 농익도록,
한 껏 이야기를 적던 그 정체불명의 X가 몇장에 걸쳐 적을 동안 심심하던 표정이
갑작스레 미소가 조금씩 번지고 있엇다
X는 웃음을 참으려듯이 입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글을 이어나갓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만간 우리의 주사위가 굴려질거 같아서
이렇게 쓰지도 않는 잘 쓸줄도 모르는 편지를 적고 있네요...
음...이 글을 올리는 점에서 이미 주사위는 굴려졋다고 해야 옳을 지도 모르겟군요
그 답답한 곳에서 이미 무엇인가 느끼셧을 지 모르시겟지만...'
글을 쓰던 그 정체불명의 X는 글을 쓰다가 한부분에서 글을 쓰는 것을 망설엿다
아니, 왠지 모를 흥분감과 기쁨을 주체못하는 자신에 대해 망설였을까?
X의 입꼬리가 길게...진하고 끈적한 느낌으로 올라가 있엇다 불쾌한 웃음...
한동안 망설이며 깃펜을 놀리던 X가 다시 잉크를 바르며 글을 이어 나갓다
'느끼셧을 지 모르시겟지만...[그]의 하얀 영혼이 대륙으로 다시 왔습니다
전 조만간 그를 찾아갈 것입니다.
계약상 먼저 밝견한 사람이 알려주기로 되어 있지만
역시 계약상 알려준 사람이 이 대륙의 만월이 일곱번 바뀌는 동안 먼저 움직이는 것을 허락하신것
잊지 않으셧지요? 기분 나쁘시더라도 제가 먼저 그 파란영혼의 달콤한 열락 느끼겟습니다
계약을 어기고 만월이 일곱번 바뀌기 전에 움직이는 영혼은 한 숨의 재로 흩날릴 것을...
그럼 전 이만 짧은 글을 끝 마치고 싶군요
그럼 고통과 열락, 영원과 죽음이 그대에게 함께 하길...
당신을 친애하는 검은 친구가'
X는 글을 다 쓰고 편지들을 곱게 적은 뒤 편지 봉투에 넣고 편지 봉투 끝자락에
옆에 있던 붉은 초의 촛농을 떨어트린 다음 주머니에 있던 도장을 찍어 눌럿다
도장의 모양은 까마귀모양.
그렇게 글을 다 적은 X는 미리 챙겨놓은 트렁크가방에 깃펜과 잉크를 넣고는
켜져 있던 초를 꺼버리니 더 이상 그의 모습은 서재안에서 찾을 수가 없엇다
다만 그가 남긴 초의 열기만이 누군가 있엇다는 것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