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닐때 자전거로 통학을 했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1시간정도거리였는데 자전거로는 한 40분이면 갑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 패달을 굴려야지요;;오르막길이 꽤있어서.. 학교에 도착하면 기진맥진 상태가 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씩씩대면서 기록단축을 위해.. 아주 열심히 패달을 밟아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한여름인지라 땀이 비오듯 쏟아지더군요. 덕분에 얼굴은 열기로 인해 빠알갛게 상기되었고... 호흡은 헐떡이는 와중에 갑자기 화장실은 급해지고...
제일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하필 그 앞에 한무리의 여학생들이 반상회?를 열고 있더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화장지가 하나도 없더군요..;;-ㅁ-;
다시 나와보니 하필이면 화장지 자판기가 그 바글바글한 여학생들 사이에 있지 뭡니까;;
막 수줍고 붓흐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여학생들 사이를 비적비적 비집고 들어가 자판기 앞에 섰습니다. 자전거 덕분에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 있고 호흡은 헐떡헐떡하면서...
웬지 수줍음에 떨리는 손으로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화장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푹숙이고 서둘러 버튼을 누른바람에.. 그게 화장지가 아닌 다른 물건?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막 수줍고 그래서 화장지?를 뽑자마자 지갑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그 화장지 겉봉을 이빨로 주욱 뜯었습니다.
그런데.................-ㅂ-....어.얼래 이거 느낌이 이상하네?;;; 주위에 여학생 무리들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픈 심정에 서둘러 뽑는다는게 내가 누른 버튼은 화장지 버튼이 아니라 바로 밑에 있는 생..ㄹ ㄷ 버튼이었고.. 숨차고 힘들어서 바짝 상기된 볼때기로 호흡마저 허억허억 대면서 뵨태스럽게도 그 ㅅㄹㄷ포장을 이빨로 뜯고 있는 이 뵨태같은 남정네의 모습이 그녀들에게 상당히 신선한 재미를 주었나 봅니다.
모두들 웃음을 애써 참는듯 볼때기 가득 공기를 빵빵하게 머금은채...이 장면은 우리만 볼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어서 가서 알려줘야지 하는..그들의 열망 가득한 눈빛을 보며..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더이다.
<아 나 휴학할까?;;;ㅠ_ㅠ 내가 미쳤지.. 왜 이걸 하필 이빨로 뜯어.. 근데 이거 가지고 뭘하지?;; 기타등등..>.
당시 제가 그자리를 어떻게 빠져 나왔나 아직까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람이 강한 멘붕을 겪으면 그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다 하던데..
결론: 배고프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떠올리니 볼때기가 뜨거워진다. 자판기에서 화장지를 뽑을땐 제대로 확인하고 뽑자..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