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각나서 다시 보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진주 귀고리 소녀'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쓴 이후로 어떤 작품이든 이 소설과 비교당한다고 불평(?)을 하는데요,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란 얘기가 아닐런지요.
'진주 귀고리 소녀'는 네덜란드의 화가였던 베르메르가 그린 동명의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트라는 소녀가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서 겪는 일과 빛과 색채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며 느끼는 감정과 그로인한 일련의 사건과 갈등이 주된 내용이며 이러한 것들을 매우 섬세한 감정묘사와 필치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가의 말로는 베르메르의 생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서 소설을 쓰기가 더 쉬웠다고 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항과 기본적인 것들은 사실에 기초했다고 하는군요.
이 소설은 소설 자체의 내용도 뛰어나고 흥미롭지만 소설과 함께 베르메르의 대표작들을 삽화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들이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소설 속에 녹아들고 있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림 자체가 가진 마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구요.
소설의 인기와 명성에 걸맞게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가 주연으로 나온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하거나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전체적인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영화의 장점이라면 그 당시 네덜란드, 델프트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 정도겠네요.
독서의 계절이자 운치있는 계절인 가을, 북구의 모나리자라 불리우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숨겨진 얘기를 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