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이탈리아 소매치기에 이어
이번에는 제가 벨기에와 이탈리아 에서
직접 겪었던 차량털이에 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 중, 오늘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생에 저의 첫 차량털이 당한 피해를 적어봅니다
2005년 12월,
당시 이탈리아로 이주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크리스마스는
유럽의 다양한 크리스마스를 체험 하며 보내고 싶었었죠
그래서 당시 이탈리아 와서 첨 사귄 친구와 20일 코스의 여행계획을 짰고
시간에 얽매이는 기차여행 보단 차를 렌트해서 다니기로 했습니다
여행지는
밀라노출발 - 리옹 - 보르도 - 낭트 - 파리 - 브뤼셀 - 암스테르담 - 베를린 - 프라하 -
빈 - 베네치아 - 밀라노도착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좋기도 너무 좋았지만, 파리 이후 부터는 날씨가 강원도 전방 저리가라 할 정도로 추웠고
저의 실수로 인한 시행착오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 중 몇개만 알려드리자면...ㅜ
1. 차키를 차 트렁크에 잠시 놓고 트렁크에서 짐을 뺀 후, 트렁크 문 그냥 닫기....철컥(자동잠금, 예비키 없음)
2. 리옹에서 보르도를 가다, 네비의 오작동과 저의 상황대처 미숙으로
밤중에 짙은 안개낀 어두운 산속으로 들어가버려, 오도가도 못하고 차에서 벌벌 떨며 노숙
3. 암스테르담 에서 베를린 넘어가면서 기름은 다 떨어져 가는데, 2시간을 가도 주유소가 없음
그래서 결국 국도 갓 길에 차를 세우고 견인차 부르러 근처 마을까지
눈속을 파헤치며 1시간 동안 걸어가 도움 요청...
4. 마지막 브뤼셀 에서 설마 + 나의 귀차니즘 으로 인해 오전에 차량털이 당함
생판 모르는 외국에서 장기간 차 렌트 여행을 시도한 것, 어떤 면에선 아주 좋았다 생각합니다
기차로는 못보는 마을과 풍경들 ,의도치 않은 맛집들과 재밌고 인상에 남았던 사람들
그리고 스케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
특히 리옹에서의 포도주에 숙성시킨 닭찜요리와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는 많이 좋았었습니다
또한
저의 어리버리로 돈 잃고, 물건 잃고, 고생한 여행으로도 기억합니다ㅋㅋㅋㅋ
12월 26일
파리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벨기에 브뤼셀로 출발합니다
프랑스국경을 넘어 브뤼셀에 진입하니, 눈에 띄게 운전들이 난폭해집니다.
언덕을 내려가는 고속도로 길 에서 저 멀리 전방의 차들을 보니
고속도로에서 차선의 구분 없이 추월을 정신없이들 합니다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날아 가는 모습으로 보이기 까지 했었습니다
"북유럽 사람들 거칠다 하더니 정말이네ㄷㄷ 조심운전 해야겠다"
생각하며 평소보다 천천히 운전했습니다
그렇게 브뤼셀 시내, 중앙역 근처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고
호텔주차장에 주차하려 주차장을 물어봤지만
프론트 직원은 호텔에 주차장이 없고(예약 할 때는 주차장 있다 했음)
호텔 건너편 중앙역 주차장에 주차 하라고 합니다
차에 실려있던 많은 짐들을 호텔까지 몇 차례 걸쳐 도수운반 하며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있다 먹을 홍합요리 생각에 룰루랄라 했었죠
그렇게 저녁이 되고
저흰 브뤼셀 시청 주변을 구경하다가,
출출함에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홍합요리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골목입구 부터,
정장을 멋지게 입은 거의 키 190 정도 되는 흑형들이 기도처럼 온 사방에 서있었는데
마치 유명클럽 앞에 포진해 있는 멋진 기도형들 같더군여
이 분위기 머지....생각하며
미리 책에서 찾아둔 홍합맛집을 찾아 조심스레 앞만 보며 걷고 있는데
정말 영화에서나 볼 듯한 무섭게 생긴 키 큰 흑형이 저희 앞을 막아 섭니다
전 흑형을 올려다보며 어버버 하고 있는데, 무섭게 생긴 흑형이 활짝 웃으며 이러더군요
" 여기 홍합 맛있다, 일루 와 (한국말)"
그렇습니다..
정장을 입은 무서운 흑형들은 다름 아닌
홍합요리 골목식당들에 고용되어 있는 삐끼형들 이였고
홍합요리 골목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아시아인을 보면 무조건 한국말로 삐끼치는 거였죠
저와 친구는 빵 터졌었죠
그래서 그냥 미리 골라뒀던 홍합맛집은 패스하고
이 흑형이 삐끼로 일하는 식당에 들어가 홍합요리 맛있게 먹었었습니다ㅋㅋ
다음날 오전,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기 위해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전 날 처럼 짐을 나르기 위해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 이였습니다
날씨는 귀가 떨어져 나갈 만큼 추웠고
짐을 든 양손의 피부는 따가움을 넘어 마비 상태였습니다
일단 첫번째 날라온 짐을 차 뒷자석에 실어놓고 차 문을 잠그며 다시 호텔로 가려 하는데
주차장 한쪽에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빠박이 형제들 4~5명 정도가 절 주시합니다
이정도 분위기의 아이들 이였었죠
무언가 찜찜했지만, 뒷자석에 놔둔 짐을 트렁크로 다시 옮기기 귀찮을 정도로 추었었구
중앙역 앞이고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아 " 괜찮겠지...아씨 추워" 라 생각하며
호텔에 남은 짐을 가지러 갔습니다
사진은 브뤼셀 중앙역 이며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남은 짐을 들고 총총총 주차장으로 오는데
사람들 열명 이상이 모여 웅성거리는게 보였습니다
" 어? 저기 내가 차 주차 해놓은 곳 같은데......"
불안한 마음에 다가갈수록 확신이 짙어지더군요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보니, 차의 조수석 유리는 산산조각 나있었구
그 차는 역시나....제가 렌트한 차 였습니다
뒷자석을 보니 쌓아놨던 짐은 깔끔하게 없어져 있었습니다
일단 양손에 든 짐은 차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트렁크를 여는데
웅성이던 사람들 중 한명이 저에게 묻습니다
벨기에인 : 이거 네 차야?
나 : 응....
벨기에인 : 경찰에 신고했어?
나 : 아니, 지금 봤어
벨기에인 : 그럼 내가 신고해줄게
그렇게 벨기에인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경찰에 전화해 프랑스말로 쏼라쏼라 하더니
저에게 " 곧 경찰이 올거니까 여기서 기다려" 하더군요
그 추운 날, 전 1시간을 넘게 밖에서 벌벌 떨며 경찰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짜증나서 중간에 긴급번호로 전화 해 제가 직접 신고를 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재차 신고를 했음에도 약 30분 후에 유유히.....경찰은 나타났습니다
경찰 : 이거 네 차야?
나 : 응
경찰 : 네 신분증과 자동차등록증 보여줄래?
나 : 여기.. (당시 피해자에게 대뜸 신분증 부터 보자해 기분이 많이 안좋았죠)
경찰 : 잃어버린건 뭐야?
나 : 돈 얼마, 랩탑, 네비게이션, 겨울옷 다수, 카메라, 카메라렌즈 등등등
경찰 : 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여행다녀
나 : ???????? 에이 왜 이래.. 주변 cctv 도 확인하고 경찰서 가서 피해진술서도 작성해야지
경찰 : 아냐, 우리가 잡으면 너에게 연락줄게
나 : 아니 그러니까 피해진술서를 작성해 문서로 남겨둬야 너희도 나에게 연락할거 아냐
경찰 : 우린 다음 신고 때문에 가봐야 해, 잡으면 연락줄게 (자신들의 차로 돌아가는 중)
나 : (크게 목소리를 내서) 그래 그럼...근데 느네, 내 전화번호 알어?
경찰 : (경찰 둘이 잠시 뭐라 하더니, 다시 저에게 돌아오며) 네 전화번호 뭐야?
이때의 기억으로 인해
성급하고 단편적이긴 하지만
전 벨기에 라는 곳을 아직 유럽에서 최악의 나라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뭏든
조수석의 깨진 유리 대신, 호텔에서 큰 비닐을 얻어와 테이프를 이용해 붙였고
네비는 도난당해, 비상용지도를 이용해
렌트카 교환을 위해 벨기에 국제공항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벨기에 시내와 공항까지는 그리 멀진 않았지만,
이동 중 조수석에 붙여놨던 비닐은 떨어져 펄럭펄럭 소리를 내며 얼음같은 칼바람이 들어왔고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빨갛게 갈라졌었습니다
공항에 가서 차를 교환한 후
네비를 사기위해 시내 백화점에 들어갔다 나오니 시간은 어언듯 오후 4시 어둑어둑....
하루종일 굶고 있었지만, 여러 긴장상태로 배고픔을 모르다
다시 여행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격하게 허기짐이 왔었습니다
마침 백화점 맞은편 조그만 트럭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며 와플을 만들어 팔고 있더군여
당시 80센트를 를 내고 시럽이 듬뿍 올려진 따듯한 와플을 한 입 무는 순간...
오늘 일어났던 일들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와플의 맛있음에 헤헤 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날의 와플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ㅋㅋ
응? 마무리가 와플이 맛있었다로 되는데 그건 아닙니다ㅎㅎ
당시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오전시간에
차에 짐을 실어놓고 약 10분 자릴 비웠는데 이런 사건이 일어났었고
그 날 하루는 나름 긍정의 신 인 저도 많이 힘들어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유럽여행을 렌트나 리징차량으로 다니시는 분 많이 계시던데
장소, 시간, 유동인구 개의치 마시고
차 트렁크를 포함, 어떠한 짐도 절대 차 안에 두지 마세요
아시아인은 유독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쉽게 표적이 된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시, 현지경찰이 영 아니다 싶으시면
한국영사관 또는 근처 한인종교시설에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저의 첫 차량털이 피해경험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이탈리아 에서 제가 당한 차량털이 피해 적어볼게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