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을 잠시 보냈던 곳은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귤동입니다.
동네 언덕배기에 다산초당이 있습니다.
다산의 유배지로 더 알려진 곳이죠.
뭐 그렇더라도 시외버스가 하루 한번 왔다 가는 두메산골이었죠.
마을 어귀에 바닷가가 있습니다.
갯벌에서 짱뚱어들과 딩굴거리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간척지로 조개나 짱뚱이 대신 쌀이 나옵니다.
아담한 마을입니다.
다산초당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다 보여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죠.
오래된 마을이라 큰집들이 많아요.
집 뒤에는 어김없이 대나무 밭이 크든 작든 하나씩 있었죠.
대나무 밭엔 온갖 것들이 다 살아요.
새들 벌레들...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죠.
대나무 잘라서 커다란 방패연도 만들고 불에 구워 스키도 만들고요.
비오는 날의 대나무 밭을 상상해 보세요.
촤아아...
어린나이였지만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비오는 날 기억나는 것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
똑똑똑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대청마루에 문이란 문은 다 걷어 올려 달라 했더랬죠.
어머니께서는 항상 유별나다 하셨죠.
출출할까봐 고구마나 감자를 쪄주십니다.
김치 한입 고구마 한입 떨어지는 비는 눈으로 먹습니다.
버석버석한 귤동의 고구마는 정말 꿀맛이었는데 말입니다.
또 하나
처마를 타고 내려오는 곳에다 항아리 하나.
빗물을 받아 놓습니다.
시골 아이들은 부지런 합니다.
아직 익지않은 땡감을 따다 넣어 둡니다.
오다가다 떫은 맛이 사라지길 기다리죠.
너무 오래되어 물렁해지기도 하지만
온동네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죠.
비가 많이 오니 항아리 속에 땡감이 생각나네요.
옛날집 대청마루에 퍼질러서 고구마나 쪄 먹고싶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