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훈련의 본 목적은 방독면을 빨리 쓰게 하려는게 아니라, 방독면을 벗으면 젓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실제로 방독면을 쓰면 렌즈에 물기가 서려서 앞도 안보이고 숨도 드럽게 막히고 여름에 고무가 뜨거워 살이 딜지경이라 당장 벗고싶어지는데, 그걸 참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겁니다.
옛날에 유재석도 저거 한 적이 있었죠. 그때 헬기레펠체험으로 11미터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거 한 다음 화생방을 했었는데 PD가 유재석에게 화생방을
하실래요? 헬기레펠을 하실래요? 물어보니 차라리 헬기레펠을 20번 하겠다
라고 대답했죠. 그 고소공포증이 심한 유재석이...
위에 몇분들 말씀하고는 다르게 저는 당연히 인체에 무해한 방법이면 체험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군시절 화생방을 두번 했는데, 첫번째 훈련때 방독면이 불량이었는지 잘못 착용을 했는지 몰라도 방독면 하단에 미세한 틈이 있어서, 방독면을 쓰고 들어갔음에도 죽는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두번째 훈련때는 단단히 조여서 방독면을 쓰고 있던 순간에는 괜찮았죠.
만약 가스를 터뜨린 후 방독면을 쓰고 벗어나는 방식으로 진행 시 제가 첫번째 훈련 때 운이 좋아 완벽하고 빠르게 방독면을 착용해서 조금의 가스도 마시지않고 벗어났다면, 두번째 화생방에서 가스를 마시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까요? 아마 첫번째 실수가 두번째 훈련에서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 총알에 빗대어 말씀하신 분도 계신데 총알과 가스는 다릅니다. 총알은 신체부위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맞으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생화학 무기는 어떤가요? 안좋다는 것은 알아도 막연합니다. 실제로 많은 미디어에서도 독가스나 생화학 무기라고 묘사된 것들이 나와도 그냥 콜록 거리며 쓰러지거나 입과 코만 가리고 정상 활동을 하는 정도로 묘사됩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왜 방독면을 목숨 걸고 써야하는지 잘 모를수도 있죠.
실제로 화생방을 해보면 생화학무기의 반에 반도 못따라가는 고통일지라도 죽을 것 같은 고통입니다.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죠.
게다가 아무리 오염지역 벗어났을 시 눈 비비지마라, 팔벌리고 맞바람부는 방향을 향해 뛰어라 가르치면 뭐하나요. 실제로 나와서 그 고통을 겪어보면 하라그래도 안합니다. 오염물질에 미량이라도 노출 시 행동 요령도 배울 수 있죠. 몸으로요.
13군번 공군 화학 특기였는데 제가 군생활 하던 중에
훈련소 화생방훈련지침이 바뀌었어요
제가 훈련 받았을때는 방독면을 착용하고 들어간뒤에 완전히 벗은 후 군가까지 부르고 나왔는데
이후에는 아예 안쓰고 들어가서 방독면을 착용하는 식으로 바뀌었거든요
공군은 특성 상 화학탄의 타겟이 될 확률이 높아서 다른 훈련은 몰라도 화생방훈련은 지금도 빡세게 하고 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