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콘서트 100회… 살인미소만으로 가능했겠어요?
지난해 12월 2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선 한국 대중음악사의 신기록 하나가 세워졌다.
'프린스'(일본 팬들이 부르는 애칭) 류시원(40)이 김연자처럼 사실상 일본에 정착한 한국 가수를 빼고
순수 '한류스타'로는 처음으로 일본 내 콘서트 100회를 기록한 것.
2004년 일본에서 첫 음반을 발표한 지 8년 만에, 2005년 첫 콘서트를 가진 뒤 7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그동안 동원한 관객은 90여만명.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류시원을 만났다.
―일본 콘서트 100회의 의미는.
"2005년 첫 콘서트를 할 때 100회까지 이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동안 내가 (노력한 게) 있으니까 이런 성과로 돌아오지 않나 싶어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팬들께 감사드린다."
―솔직히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다. 일본 팬들에게 어떤 점이 어필했을까.
"2004년 사이버가수로 출연한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이 NHK에서 방영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당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가수 혹은 연기자로 구분 짓지 않고 종합엔터테이너라는 개념으로 나를 받아들여줬다. 또 한국이든 일본이든 가수라고 해서 다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다. 비주얼이 좋고 엔터테이너 기질이 훌륭하면 팬들이 사랑해 준다."
―'류시원 콘서트'만의 특징이라면.
"멘트에서부터 안무까지 철저히 팬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한 회 공연에 보통 3~5시간 걸리고, 노래도 30곡까지 부른다. 부족한 가창력이나 춤을 보완하기 위해 무대를 화려하고 다양하게 꾸미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토크를 다양한 주제로 많이 하는 거다. 말을 많이 하면 스타로서 신비감이 없어진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스타는 신비한 존재가 아니라 팬들과 공감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팬들 입장에선 내 콘서트를 몇 번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거다."
―콘서트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팬들이 싫증 나지 않도록 100회 공연마다 다른 얘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물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2008년 일본 30개 지역을 순회했는데 연말이 되니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마지막 도쿄돔 공연 때는 한 알만 먹어야 하는 진통제를 세 알이나 먹고 했다. 결국 디스크 수술을 했다."
―지금의 인기를 잃지 않을까 걱정되진 않나.
"아티스트로서 팬들에게 한 번 인정받으면 팬의 수나 인기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활동은) 오래 할 수 있게 된다. 콘서트 100회를 하면서 든 생각도 '내가 과연 몇 살까지 공연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에다 '(아티스트로서) 오래가야 되는데'라는 것이었다."
―2009년 '스타일'이후 국내 연기 활동이 없는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류시원 요즘 뭐 하냐, 노냐'고 하면 속상하다. 일본 스케쥴이 많다 보니까 한국에서 드라마 제안이 많이 들어와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왕자님'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게 문제는 아닐까.
"내가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도 처음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그런 캐릭터로만 들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가 자기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자기만의 이미지를 단점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안에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곧 드라마를 한다던데.
"'채널A'에서 김도연 작가의 '굿바이 마눌'을 하기로 했다. 나는 이전 어느 드라마에서도 반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모두 반말이다. 작가와 감독이 함께 나를 바꿔주려 하지 않으면 (이미지 변신이) 어려운데 이번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제 '만날 똑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지겹다."(웃음)
―올해 마흔이다. 나이가 든 걸 느끼나.
"느낀다. 가족이 생겼고 애가 있고 몸이 힘들다.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이전에는 사흘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인생 전체를 보면 40대가 진짜 남자의 나이대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스케줄에 끌려 다녔다면 이젠 내가 내 스케줄을 짠다."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인생에 변화가 있나.
"한 3년 전부터 결혼(2010년) 전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조울(躁鬱) 현상도 있었다. 외국 가서 살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 그런 게 다 사라졌다. 레이싱도 연예계도 내 머릿속에서는 딸 아래 있다. 살아가는 목적과 방향성이 많이 바뀌었다."
"제2의 류시원은 장근석… 노래·연기 뛰어나지만 관리 못하면 한방에 아웃"
류시원은 연기자지만 가수로서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보기 드문 '한류 모델'이다.
그가 보는 '제2의 류시원'은 없을까. 답은 '장근석'이었다.
"일본은 나처럼 노래와 연기를 다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원한다. 나보다 훌륭한 (한류) 배우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음악을 안 하니까 꾸준히 못 간다. 그런데 근석이는 나 같은 부류인 거다"라는 얘기였다. "일본에 가서 보니 카라나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들도 장래가 있지만 근석이는 그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에서 더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점을 느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근석이가 잘 해야 한다. 관리를 못하면 한방에 가니까."
치고 올라오는 장근석이 '라이벌'로 의식되지는 않을까. 류시원은 "너무 한참 후배라서 라이벌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장근석이) 지금은 인기가 확 올라가는 중이라 뭘 해도 다 먹히고 성공할 수 있지만 1년이나 1년 반 후에도 나처럼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적 이미지로 자리를 잡고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뼈 있는' 충고를 던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06/2012020602626.htmlps) 대단하네요...2004년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