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꿈꾸며 자기 머리 냉동한 여인, '갈 곳 못찾아…'
▲ 사후 냉동보존술로 '생명 연장'을 하려던 한 미국 여성의 사체가 갈 곳을
정하지 못해 헤매는 처지에 놓였다.얼마전 사망한 메어리 로빈슨(사망 당시 71세)은
죽기 전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에 사후에 자기 몸을 냉동 보관해 줄 것을 부탁했다.
1972년 설립돼 미국 애리조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은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동 보존술'이란 죽은 사람을 영하 196도로 얼려 장기간 보관해 뒀다가 나중에 해동해 소생시킨 후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인데, 생전에 로빈슨은 자신의 머리를 냉동 보존하고
훗날 복제 인간의 몸에 이식할 계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의 계획은 시작부터 난조에 부딪혔다. 지난 9일 재단 측이 장례식을 마친
여성의 머리를 회수해가려고 하자 여성의 유족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로빈슨의 딸은 "엄마가
죽기 직전에 마음을 바꿔 머리를 위탁하지 않겠다는 유서를 남겼다"며 "경비 명목으로
재단측이요구한 5만달러(약 5700만원)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단 측도 "로빈슨이 직접 계약 파기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계약은 유지된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하고 있어 여성 사체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현재, 여성의 사체는
드라이아이스 속에 담겨 보존돼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알코 생명재단은 2002년에도 비슷한 법정 공방을 펼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적인 홈런왕 '테드 윌리엄스'의
사체를 두고 유족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결과는 결국 재단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알코르 재단의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세간의 관심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알코르 재단의 전 대표로
재직했던 래리 존슨은 자신의 저서 '냉동(Frozen)'을 통해 "테드 윌리엄스의
머리가 관리소홀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 사회 일각에선 "훗날 다시
생명을 얻으리라는 장밋빛 꿈이 주변사람들에게는 악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고 있다. (사진=해당여성의 생전사진 / 알코르 재단의 시술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