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시기사가 어느 음산한 날 도쿄 시내를 돌고 있었다.
그날따라, 손님이 없었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한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택시를 세웠다.
여자 손님은 의외로 갑자기 먼 거리를 운전해 달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는 돈이 되겠다 싶어
손님이 말하는대로 길을 따라 갔다.
불길한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는
어느새 외딴 숲길에 통과하게 되었다.
오랜 운전 때문에 택시 기사는 졸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낯선 숲길을 겨우겨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그러다가 문득 백밀러로 손님을 보니
손님이 보이지 않아서 흠칫 놀랐다.
그 때문에 놀라서 택시를 세우고 보니,
택시는 운전실수로 낭떨어지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택시 기사는 낭떨어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손님이 문득 얼굴을 귓가에 들이밀고 속삭인다.
"죽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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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다음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 전승입니다.
MBC TV의 한 재연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병환으로 오래 고생한 끝에 한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 했다.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할머니의 관을 들고 묻기 위해 선산으로 운구했다.
그런데, 무덤 자리에 구덩이를 파자, 구덩이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유족들은 그 구덩이 옆자리에 다시 구덩이를 팠는데,
이번에는 뱀이며 나무 뿌리가 구덩이 속에 꿈틀 거리고 있었다.
결국 유족들은 그 옆에 다시 구덩이를 판 뒤에야 할머니를 묻을 수 있었다.
사흘 후. 죽은 할머니의 손녀가 자던 중에 죽은 할머니의 꿈을 꾸었다.
꿈속에 할머니는 음산한 표정으로 걸어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손녀가 꿈속에서 듣기에는 "비었다... 비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손녀가 잠에서 깨어나자, 손녀는 매우 흉흉한 기분을 느꼈다.
다음 날, 손녀의 삼촌이 낚시를 하러 가자고 했지만,
손녀는 왠지 꿈 생각에 불안한 마음에 낚시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낚시에서 배 사고로, 그만 삼촌은 죽고 말았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지 얼마되지 않아,
삼촌의 장례도 치르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로 부터 이틀 후. 손녀는 또 다시 죽은 할머니의 꿈을 꾸었다.
할머니는 이번에도 그저 "아직 비었다... 아직 비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손녀는 고모와 함께 서울에 올라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꿈이 불길해서, 손녀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로 가는 길에 사고로 고모가 죽어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불과 열흘이 지나기 전에,
이 집에서는 세 번의 장례를 치르게 되어,
번번히 선산에 가서 사람을 묻게 되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는 일도 없었다.
- 무덤을 만들 때에는, 결코 쓸데 없는 빈 구덩이를 파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