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서 종교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 잦은 것 같다. 무속인 정치 개입 논란이 꾸준히 계속된다. 그러면서 일부는 무속을 폄훼하기까지 한다. 이는 자칫하면 소수 종교 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속은 소수 종교에 속한다. 미신이라며 마구잡이로 공격해도 항의할 단체가 딱히 없다. 다른 종교와 비교해서 힘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녀사냥이 더 심하게 번져나간 측면이 크다.
이 같은 프레임은 예상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측에는 폴라 화이트 목사가 있었다. 신앙 자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상대방 진영에서 이단이라고 공격을 받았다. 신사도 운동(The New Apostolic Reformation)이라는 기독교 교파가 있다. 이 들도 공화당을 많이 지지했다. 오컬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무속과 비슷한 면도 있다고 한다. 신사도 운동계열 교회들은 사이비라고 공격을 많이 받았다. 너무 정치 활동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 미국 정치에서는 서로 반대진영을 어떻게든 안좋게 비판해보려는 경향이 있다.
사이비 프레임 공격은 2가지 목적이 있다. 근래에 기독교 종교인들은 공화당을 많이 지지했다. 사이비라고 매도를 하면, 기독교 종교인들을 이탈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는 종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매스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결국 종교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른 종교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 정치에서 종교와 비종교, 기독교와 비기독교로 양분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종교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면 반대진영은 이득을 보는 것이다.
한국의 과거 정부에서도 종교의 정치개입 논란이 존재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내각 인선 과정에서 기독교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였다. 정권에 참여하는 인사들 가운데 기독교 신자들이 많았다.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니냐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슈가 생길 때 마다,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탄핵이 벌어질 때, 무속으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종교 문제로 트집 잡혔던 과거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에 따라 무속인 정치 개입 논란의 본질이 의심스럽게 된다. 무속이 아닌 다른 종교였어도, 꼬투리를 잡혔을 것이다. 무속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무속과 사이비 종교라는 프레임은 마녀사냥하기 좋은 재료이다. 세력이 약해서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는 종교 이슈가 여러번 있었다. 불교 차별 논란이 벌어져 불교와 대립각을 세웠다. 코로나 사태 때에는 신천지 논란이 있었다. 차별 금지법 관련해서 기독교와의 대립도 있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를 희화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이비 종교라고 특정 교파를 공격한다거나, 무속을 은근히 폄훼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매스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결국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른 종교에까지 퍼진다. 종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일부 기독교, 불교는 우파에 대한 지지가 매우 강하다.
사회주의 정치이념은 종교를 배척한다. 종교는 자신들의 혁명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좌파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주의 이념을 강하게 신봉하기도 한다. 때는 20세기 러시아 제국이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정교회의 종교인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이들을 기도로 치료해주었다. 소문이 퍼져서 황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황태자의 혈우병을 고쳐주었다. 그러면서 황제의 신뢰를 받는 측근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황족과 귀족들의 견제를 받게 되었다. 권력 다툼 속에서 황실의 친척에게 살해 당했다.
그러한 라스푸틴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 이유가 있다. 라스푸틴이 죽고 난 뒤에,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종교를 매우 싫어했다. 유물론적 사상에 입각해, 종교를 비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세계를 논하는 비과학적이며, 미신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의 혁명에 방해되는 구체제의 구심점으로 보았다. 소련에서도 종교를 배척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반동 세력으로 남아있느냐 비판했다.
그러면서 라스푸틴의 사례가 이용되었다. 종교를 배척할 목적과 사회주의를 정당화할 목적이었다. 사이비 라스푸틴에게 휘둘렸다며 러시아 황실을 맹비난했다. 라스푸틴은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최근에 무속인 논란을 거론하며, 라스푸틴이 되살아난 것 같다며 공격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회주의와 종교가 다시금 대립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몇년간 꾸준히 전개될 것이다.
[커버스토리]이명박 ‘기독교 코드 인사’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