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2월 xx사단에 근무중인 명훈이는 혹한기 훈련중에 추위에 떨고 있는
한 강아지를 발견했다.
부대규정상 개를 키울 수 없었지만 야전가방에 강아지를 숨기고 페인트 창고에
넣어두고 매일같이 당번을 정해 먹을 것을 챙겨주고 가끔씩 산책도 시켜줬다.
그러던 어느날..
급하게 훈련이 잡혔고 일주일간의 훈련을 나가게 된다.
너무 갑작스럽게 잡힌 훈련이니 만큼 모두 강아지를 깜쪽같이 잊고 있었다.
힘겨운 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를 했을때 명훈이는 순간 강아지가 떠올랐다.
페인트 창고로 뛰어 올라가보니 강아지는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강아지가 고마워 먹을 것과 마실것을 가져다 주었다.
허기가 졌든지 강아지는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고 그게 탈이 났는지 앓기 시작했다.
강아지의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어쩔수 없이 힘든결정을 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편하게 죽이는 것이 났다고 판단하고
뒷산에 생매장 하게 되었다.
명훈이는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수가 없었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명훈이는 병장이 된다.
그리고 어느날 들어온 이등병으로 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된다.
"김명훈 병장님.. 저 사실.. 어렸을때부터.. 헛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헛 것이라면.. 뭘 말하는 건데??"
"저의 할머니께서.. 제가 본 것은.. 한참 지나고 나서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
점점 답답함이 밀려와서..
"말을 해봐 임마.. 답답하게.. 어서 말해.."
"저 혹시.. 부대에서 강아지를 키우신 적 있습니까?"
"그걸 니가 어째 아냐?? 너 들어오기도 한참 전의 일인데.."
명훈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고 한기를 느꼈단다.
"저 사실은 말입니다. 한달전 불침번을 서고 있을때였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개의 얼굴을 한 사람이 우리 내무실로 들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제가 급하게 뒤따라서 뛰어들어 왔는데 그 개의 얼굴을 한 사람이 김병장님의 머리를
흔드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이병장님과 최병장님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러고는.. 옆에 웅덩이에.. 한사람씩.. 한사람씩.. 밀어 넣었습니다."
"..........."
"그런데.. 김병장님은.. 밀어 넣지 않았습니다.."
"어.....그래...."
등뒤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며칠 뒤 명훈의 제대 하루전에 부대로 급한 전갈이 왔다고 했다..
그건 다름 아닌 휴가 중이던 이병장과 최병장이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죽은 이병장과 최병장은 명훈이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을때
거절했던 두 사람이었다.